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 고상현 기자'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과 김시남(46)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
27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백씨와 김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전날(26일) 신상 정보 공개 결정 이후 이들은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나타난 백광석은 '신상 공개 결정됐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도 "죄송합니다"만 연신 대답하며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백광석에 이어 김시남도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특히 김시남은 하얀색‧검정색 마스크 2개를 쓴 채 나타났다. '마스크를 내려 달라'는 요구에 "안 돼요" "안 돼요"라고 짜증을 냈다.
검찰 송치 과정에서 마스크 2개를 쓰고 나타난 김시남(46). 고상현 기자또 '유족에게 하실 말씀 있느냐' '범행 부인하는가'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라탄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마스크 벗어" "모자 벗어" "성인 두 명이 찌질하게 중학생을 살해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인관계 틀어지자…"소중한 것 빼앗겠다"
백씨와 김씨는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2층짜리 주택에 침입해 김모(16)군을 천으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이들은 담벼락에 올라간 뒤 2층 다락방 창문을 통해 주택에 들어갔다.
당시 김군의 어머니가 일을 하러 나간 터라 집에는 김군 혼자 있었다. 시신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경부(목 부위)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나왔다. 청테이프로 손‧발이 결박당한 채였다.
시신 부검을 한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강현욱 교수는 "김군 시신에서 손과 발이 묶인 흔적이 있었다. 머리 쪽에 부딪힌 흔적이 있는데,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백씨가 김군 어머니와 연인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어서 김군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평소 백씨는 김군 어머니에게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주택 모습. 고상현 기자아울러 경찰 수사 결과 백광석이 지인인 김시남에게 수백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백광석이 빚을 탕감해주겠다며 김시남을 살해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봤다.
사전에 범행도구 구입…경찰, 계획범행 결론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살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건 발생하기 직전인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이들이 주택을 찾아간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이 살해 범행을 계획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아울러 사건 당일인 18일 범행도구로 사용하려던 테이프 2개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피해자보다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한 몸집인 백씨가 단독범행은 어려워서 김씨를 데리고 간 점, 대낮에 일부러 주택 뒤편 다락방 문을 통해 침입한 점도 계획범행 근거로 들었다.
주택 침입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제주경찰청 제공경찰 관계자는 "백광석과 김시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이들이 사전에 살해 범행을 공모하고, 아울러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백광석은 경찰 조사에서 계획범행과 함께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김시남은 김군의 목을 조르는 데까지만 참여했을 뿐 살해 범행까지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