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남북연락채널이 13개월 만에 복원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7일 남북정상의 남북 연락채널 복원 합의와 남북 간 통화개시 사실을 밝혔고, 동시에 북한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연락채널 복원 합의와 발표 방식이 남북간에 조율된 결과임을 알려준다.
北 김여정 지시로 단절된 남북연락채널 13개월 만에 복원 합의
북한은 지난해 6월 9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달 살포에 반발해 김여정 당시 제1부부장의 지시로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끊은 바 있다. 이에 남북관계 단절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방역협력과 이산가족 화상상봉, 금강산 개별관광 추진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비본질적 문제'라며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친서교환을 통해 남북연락 채널 복구에 합의한 것이다.
남북연락채널은 남북관계의 기본이다. 따라서 이를 복원한다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매우 상징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남북이 대화를 할 채널이 확보된 것이기 때문에 국면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한중일 방문, 북중 정상의 친서 교환,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등 최근 남북미중의 연쇄적인 소통을 거치면서 남북의 지도자가 연락 채널 가동으로 대화 복원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정상의 합의가 공교롭게도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나온 것도 의미심장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본격적 개선 기대에는 '신중'
지난 27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브리핑. 청와대 제공다만 남북연락채널의 복원이 남북관계의 본격적인 개선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도 남북연락채널 복원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남북 정상 간 대면 접촉, 화상 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며 확장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번에 복원된 연락채널도 통일부와 군이 운영하던 통신 연락선으로,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간의 핫라인은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락채널 복원으로 국면전환에 나선 것은 아무래도 앞으로 있을 북미협상을 염두에 두고 대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으로 관측된다.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며 대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미국에 대응해 중국과의 협력을 다지는 한편, 남측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3차 당 전원회의에서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대외 정책적 입장과 관련해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 데 대해 언급"하면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 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연락채널 복원은 "주동적 외부환경 조성"위한 대응 가능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김여정 부부장의 공세로 단절된 연락채널을 김 위원장이 복원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기민한 대응"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시사해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공간을 더 열어주고,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미국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은 향후 남북관계 전개의 첫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직 고위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미국의 입장, 3중고에 처한 북한 내부 사정, 미중 전략 갈등 등 대내외 정세가 크게 바뀐 게 없는 시점에서, 이미 단절된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모든 책임을 북한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국면전환을 한 뒤 향후 상황을 봐가며 대응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돼지열병·코로나19 방역협력·이산가족 화상상봉 등 인도적 협력 예상
북한이 미 바이든 정부에 대한 대응 전략, 코로나19 등 3중고 속 국가재건 전략의 변수로 남북관계에 접근하는 제한성이 있다고 해도, 남북정상이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서신교환을 거쳐 연락채널 복원에 합의했기 때문에 다양한 남북 인도적 교류 방안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남북 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 시켜 나가자는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고, 조선중앙통신도 "통신 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 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복원된 연락채널을 통해 남북 간에 이미 합의된 사항 등을 포함해 그동안 쌓여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시급한 의제부터 같이 풀고 실천해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로 북한과의 대면 접촉이 제한되기 때문에 남북대화나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북측과) 협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임기 말 상황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듯
지난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 팩스를 발송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남북이 이번에 복원된 연락채널을 통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으로는 돼지열병과 코로나19 등 방역협력,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 각종 인도적 협력이 거론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현재 임기 말을 앞둔 상황에서 식량지원 등 본격적 교류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중국이 주겠다고 하는 식량도 코로나19를 이유로 받지 않고 있는 북한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예상을 넘는 수준의 대규모 식량 지원에 나설 경우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 정부의 의지와는 별개로 내년 대선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남북 화상정상회담, 판문점 비대면 정상회동, 내년 북경 올림픽 계기 정상회동 등 미래의 남북정상회담을 예단하기에도 변수가 너무 많다.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남북미중 모두가 상황 관리를 위해 통신선 복원과 대화 재개가 필요하지만, 각국은 한국 대선 국면에서 관계회복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급격한 대화재개 방식보다는 신중하게 상황관리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