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대한양궁협회 제공결승전 슛오프.
단 한 발에 금메달과 은메달이 결정되는 상황에서도 안산(20, 광주여대)은 웃었다. 속으로 혼잣말을 계속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쫄지 말고 대충 쏴"라는 주문이었다.
안산의 화살은 10점에 꽂혔다. 안산의 10점 명중에 사대에 오른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흔들렸다. 슛오프까지 올 정도로 안정된 슈팅을 선보였던 오시포바의 마지막 화살은 8점 과녁에 맞았다. 안산의 3관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안산은 금메달 후보는 아니었다. 국가대표 평가전도 3위로 통과했고, 세계랭킹 1위를 지키던 강채영(25, 현대모비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 긴장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지운 안산이 한국 하계 올림픽 최초, 또 올림픽 양궁 최초 3관왕을 달성했다. 김제덕(17, 경북일고)과 호흡을 맞춘 혼성전, 언니들과 함께 한 단체전, 그리고 언니들의 탈락 속에 부담이 어깨를 짓눌렀던 개인전까지 모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결승전 슛오프 때 심박수는 안산이 118, 오시포바는 167이었다. 승패를 가른 심장의 차이였다.
안산은 "내가 느끼기에는 심장이 좀 빨리 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겉으로는 표출되지 않은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오히려 사대에서보다 경기가 끝나면 더 긴장감을 느낀다. 안산은 "모르겠다. 끝나면 더 긴장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긴장됐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너무 사적인 건데…"라고 웃어넘기는 진짜 강심장이었다.
이어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갈 때 쯤 더 긴장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메달을 결정한 10점 짜리 슛오프. 오진혁(40, 현대제철)이 단체전에서 "끝"을 외친 것처럼 안산도 10점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안산은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 10점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그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 10점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