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일본과 맞붙는 한국 대표팀. 도쿄=이한형 기자
한국 여자 배구가 도쿄올림픽에서 물러설 수 없는 운명의 한일전을 펼친다.
대표팀은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 리그 A조 4차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맞붙는다. 이기면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한국은 세계 랭킹 2위의 강호 브라질에 졌지만 이후 2연승을 달렸다. 케냐와 세계 7위의 도미니카공화국을 연파했다. 2승 1패의 상승세다.
세계 랭킹 14위인 한국은 브라질, 세르비아(10위), 일본(5위), 도미니카공화국, 케냐 등과 A조에 속했다.여기서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오른다.
대표팀이 일본을 잡으면 8강 진출을 확정한다. 남은 세르비아와 경기에 져도 3승2패로 최소 3위를 확보한다. 그러나 지면 2승 2패가 돼 도미니카공화국, 케냐(이상 3패) 등 다른 나라들의 결과를 살펴야 한다.
일본 역시 급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은 최약체 케냐에 첫 승을 거둔 뒤 브라질, 세르비아에 완패를 당했다. 한일전에서 지면 1승 3패로 8강행이 불투명해진다.
여기에 예선 A, B조 1~4위가 크로스 토너먼트로 8강을 치르기 때문에 높은 순위가 중요하다. B조는 미국(1위), 중국(3위), 터키(4위), 러시아(7위), 이탈리아(9위), 아르헨티나(16위)가 포진해 있다. 최대한 순위를 높여야 8강에서 강팀을 피할 수 있다.
일단 세계 랭킹 등 객관적인 전력상 일본의 우위다. 역대 전적에서도 54승 91패로 밀리는 데다 대표팀은 지난 5월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0 대 3 완패를 안았다.
29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 vs 도미니카공화국 경기에서 공격에 성공한 김연경 선수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도쿄=이한형 기자하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VNL에서는 이재영, 이다영 등의 갑작스러운 부재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팀 호흡도 어느 정도 맞아가고 있다. 세터 염혜선(KGC인삼공사)은 도미니카공화국을 이긴 뒤 "좋은 공격수들이라 볼을 잘 못 올리더라도 잘 때려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일본은 예상 외의 변수가 생겼다. 주포 고가 사리나가 부상을 당한 것. 케냐전에서 10점을 올린 고가는 이후 세르비아, 브라질과 경기에는 결장했다.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VNL 이후 등 번호를 바꾸는 등 상대 전력 분석 혼란을 부르는 꼼수(?)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에이스 김연경(중국 상하이)은 "어차피 서로 얼굴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염혜선도 "내가 번호를 바꾼다 해도 누가 봐도 염혜선인 걸 알 것"이라면서 "일본 선수도 그대로"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관건은 블로킹이다. 김연경은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그럴 경우 상대 이단 공격이 브라질이나 도미니카공화국처럼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상대가 빠른 공격을 하기 때문에 블로킹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12년 런던 대회 3, 4위 결정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바 있다.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설욕했지만 당시 대표팀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메달이 무산됐다. 도쿄에서도 메달을 노리는 대표팀에게 피할 수 없는 상대다.
김연경은 "한국과 일본은 서로 잘 아는 팀"이라면서 "일본은 나를 집중 마크할 한테 어떻게 뚫을 것인가 고민할 것이고 각자 제 몫만 해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주장의 각오를 다졌다. 박정아도 "준비를 많이 해서 최대한 죽기 살기로 해서 이기겠다"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