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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부터 안산까지…정치권의 '여성이슈' 선택적 PC

국회/정당

    쥴리부터 안산까지…정치권의 '여성이슈' 선택적 PC

    핵심요약

    국제적 망신된 남초 커뮤니티의 '안산 선수 사이버폭력'
    野대변인은 "남혐 용어 사용이 핵심"…피해자 안산 탓
    앞서 민주당은 '쥴리 벽화' 논란에 뒷짐…여성혐오 방치
    대선 앞두고 자기 입맛대로 여성이슈 사용하는 정치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며 인사말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며 인사말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대변인이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에게 가해진 사이버 폭력의 이유가 안산 선수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인 안산 선수에게 되레 책임을 돌린 것인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부인을 겨냥한 '쥴리 벽화' 논란에 뒷짐만 쥐고 있다가 뒤늦게 비판 입장을 냈는데,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성 이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취하고 있다.

    피해자 탓하는 국민의힘 대변인…당은 모른 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자당 양준우 대변인의 "(안산 선수)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는 발언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저는 원론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모든 선수를 응원한다고 말했고 그 안에 모든 것이 내포돼있다고 생각한다"며 핵심을 비껴간 답변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도 "양 대변인은 SNS에서 (당의) 논평 형식이 아니라 본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지난달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오시포바 엘레나와 결승에서 승리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지난달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오시포바 엘레나와 결승에서 승리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앞서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안산 선수에게 '극단적 페미니스트'라며 사이버 폭력이 이뤄졌고, 이를 외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한 가운데 양 대변인은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선수에 대한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이버 폭력 피해자인 안 선수가 폭행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사건의 핵심은 청년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가해진 페미니즘을 빌미 삼은 온라인 폭력인데, 양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 대변인은 다시 "장 의원님, 현직 국회의원이 안 선수가 쓴 것이 남혐 단어가 맞다고 공식 인정해버리면 어떡하는가, 저는 남혐 용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지, 이게 진짜 혐오 단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고 말꼬리를 잡았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윤창원 기자정의당 장혜영 의원. 윤창원 기자양 대변인의 발언은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양 대변인이 그런 몇 가지 단어를 이용해 래디컬 페미니즘이니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남혐·여혐이 극단화되고 있는데 이런 것을 풀어주는 것이 정치권 아니겠는가? 그런 이야기는 안 하고 (안산 선수가) 단어 몇 개 썼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도한 갈등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한 초선 의원도 "이 문제의 핵심은 안 선수에 가해진 사이버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與는 쥴리 이슈 방관…정쟁 도구 된 여성 이슈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건물 옆면에 그려진 '쥴리의 남자들' 벽화. 박종민 기자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건물 옆면에 그려진 '쥴리의 남자들' 벽화. 박종민 기자
    여성 이슈를 악용하는 일은 최근 민주당에서도 벌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이른바 '쥴리 벽화' 논란이 터진 지난달 29일, 민주당은 특별한 입장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인 데다 전형적인 꽃뱀 서사로 한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 혐오가 이뤄진 것임에도 민주당은 당일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여성 혐오를 방관하고 정치적 이득만 취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가 지난 30일에서야 "금도를 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날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의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는 얘기도 있다"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의 말을 빌려 '건전한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데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공식적 비판은 정치 반대 지형에서만, 그것도 부인 김건희씨를 이용해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며 인사말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며 인사말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후보 측은 "여성에 대한 도리를 Yuji 해달라. 다음부터 여성 문제를 말할 땐 석사 학위를 두 개씩이나 취득한 유식한 부인께 꼭 좀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한쪽은 페미니즘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을, 또 다른 쪽은 이를 다시 김건희씨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친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여성 이슈를 악용·방관하며 제 입맛대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까지 포함해 전통적으로 2030 여성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계속해 2030 남성 표심을 노린 발언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역시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당대표 선거 등에서 나타난 2030 남성의 활발한 투표 열기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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