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요구조자(구조대상)가 웅얼거리기만 하고 말을 잘 못 하네요. 오셔서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광진경찰서 광나루지구대 1팀 대원들에게 인근 소방서로부터 공조 요청이 왔다.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으로 출동한 이원(39) 경장은 현관문 너머로 신음을 들었다.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자 온몸이 땀에 젖은 20대 남성이 누운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 경장과 구급대가 다가가자 그는 "나가!"라고 고함을 치더니 이불 속의 부엌칼을 집어 들었다. 그는 이 경장에게 다가오더니 흉기로 현관문을 훼손했다.
위협을 느낀 이 경장이 테이저건을 꺼내자 그는 불안한 눈빛을 보이더니 흉기를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이 경장은 직감적으로 그에게 정신질환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 경장은 테이저건을 다시 집어넣고 홀로 방 안으로 들어가 "칼 내려놓고 형이랑 얘기 좀 하자"고 달랬다. 그는 대화를 거부했지만, 이 경장이 "도와주려고 왔다", "형도 지금 무서워"라며 침착하게 다가가자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어릴 적에 헤어져 못 본 지 오래고, 아버지는 올해 초 뇌출혈로 요양병원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외롭고 답답해서 119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흉기를 내려놓고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 방으로 이 경장을 이끌었다. 이 경장이 "추억이 많네"라고 말하자 그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경찰은 그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입원시켰다.
이 경장은 특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고, 빈곤·장애 아동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했다. 서울 강동구 어린이집에서 5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첫째 딸을 가졌을 때 '내 아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34세이던 2016년 늦깎이 경찰이 됐다.
이 경장은 "정신질환을 앓는 분들이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금껏 배운 경험을 살려 어려운 주민의 말을 잘 듣고 도와드릴 수 있는 지역 경찰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