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종목에서 공동 금메달을 수상한 지안마르코 탐베리(왼쪽)와 무타스 바르심. 무타스 바르심 트위터 캡처
"둘 다 금메달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1일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챔피언의 자리는 두 선수의 몫이었다.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두 명의 선수가 함께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12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109년 만이다.
주인공은 카타르의 무타스 바르심과 이탈리아의 지안마르코 탐베리. '공동 금메달'의 배경에 11년 동안 이어온 두 선수의 깊은 우정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경기가 열린 이날 이 종목에 출전한 모든 선수는 2.39m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경우에는 출전 선수들이 앞서 성공했던 기록들을 참고해 후반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에게 금메달을 수여 하는 '카운트 백' 제도로 승부를 가리게 되는데, 이전 기록이 가장 좋았던 선수는 다름 아닌 2.37m를 뛰어넘은 바르심과 탐베리 두 선수였다.
경기 중인 육상 남자 높이뛰기 세계랭킹 1위 무타스 바르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바르심은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선수다. 앞서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실력자이며, 이번 대회에서 육상 남자 높이뛰기 종목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는 선수였다.
탐베리 역시 이탈리아 높이뛰기 기록의 보유자로, 이 종목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을 2주 앞두고 발목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당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탐베리는 부상 재활을 하며 자신의 깁스에 'ROAD TO TOKYO 2021'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을 만큼,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번 올림픽을 기다려왔다.
지안마르코 탐베리는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을 2주 앞두고 발목인대파열 부상을 당해 당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당시 착용했던 깁스를 들고나왔다. 깁스에는 'ROAD TO TOKYO 2021'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이날 이 둘의 우열은 쉽게 갈리지 않았다. '카운트 백' 기록마저 동률이었던 것.
이에 따라 경기 감독관은 두 선수를 불러 모아 '점프 오프'를 제안했다. 이는 한 명이 실패할 때까지 계속 경기를 진행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BBC에 따르면, 바르심은 이 상황에서 먼저 감독관에게 "(점프 오프를 하지 않고) 둘에게 공동 금메달도 허용되는지" 물었다. 감독관은 이에 대해 "둘만 동의하면 된다"고 답했고, 바르심과 탐베리 모두 이에 동의했다.
이렇게 109년 만의 올림픽 육상 공동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경기 감독관이 '점프 오프'를 제안하자, "공동 금메달을 받을 수 있냐"고 질문하는 무타스 바르심. 무타스 바르심 트위터 캡처이 둘의 우정이 시작된 것은 11년 전인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캐나다 몽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맞대결한 이들은 이후 각종 국제 대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각자 최고의 자리에 도전해왔다.
바르심은 지난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탐베리가 발목인대파열 부상을 당해 선수 생명에도 위기가 왔을 당시, 탐베리에게 큰 위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탐베리 역시 바르심이 지난 2018년 왼쪽 발목에 부상을 당했을 당시 힘을 불어넣어 줬다.
공동 금메달이 확정되자 부둥켜안고 환호하는 지안마르코 탐베리와 무타스 바르심. 해당 트위터 캡처두 금메달리스트는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르심은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을 공유하기로 한 결정 이유는 탐베리를 향한 순수한 존경심 때문"이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안다. 이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평생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탐베리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친구(바르심)와 금메달을 나누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