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명월초 건물을 활용한 카페 '명월국민학교'. 연합뉴스5일 오전, 조용한 시골 마을인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명월국민학교'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미 폐교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곳이지만,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내부는 북적이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곳은 명월리 마을회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폐교재산을 임대해 리모델링을 거쳐 2018년 9월 카페로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새로 단장하긴 했지만, 학교라는 공간의 특징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뉴트로'(신복고) 느낌의 이색 카페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여느 카페처럼 음료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카페반'으로 꾸며졌다.
'소품반'에서는 명월국민학교 이미지와 제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종류의 아기자기한 소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갤러리반'에서는 전시품을 관람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내부에는 학교의 연혁을 소개하는 안내문도 있어서 방문객에게 이제는 문을 닫은 학교의 역사를 알려줬다.
복도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70여 년 된 옛 학교 마룻바닥을 복원해 작은 발걸음에도 쿵쿵 또는 삐걱대는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놓여 있는데, 나무로 된 마룻바닥과 작은 나무 의자가 학창 시절로 시간 여행을 보내주는 듯 했다.
특히 밝은 파란색의 출입문 앞은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어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연합뉴스학교 시설인 만큼 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도 있어서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를 동반한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공사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제외한 카페 운영 수익은 마을에 환원돼 마을 발전을 위해 쓰인다.
차상준 명월리 청년회 마을사업추진위원장은 "농촌 마을에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학교들이 문을 닫게 되는데, 예전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게 하고 마을에 활기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폐교를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폐교돼 방치돼있던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의 어도초 어음분교장은 어음2리 마을회가 무상 임대해 카페 '어음분교 1963'과 독채 펜션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깔끔한 카페로 꾸며진 건물 내부 곳곳에는 타자기, 옛날 교과서, 주판 등이 전시돼 옛 학교 느낌을 살렸다.
제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기념품과 추억의 간식거리 등을 판매하고 있고, 기념촬영용으로 7080세대가 입었음 직한 교복과 교련복도 마련돼있어서 학창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했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도 테이블이 마련돼 야외에서도 음료를 마실 수 있으며, 미끄럼틀과 그네도 있어서 어린이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2019년 9월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차츰 입소문을 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시설에 재투자하는 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한 수익이 나면 마을 기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마을회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2009년 폐교한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초 동광분교장 역시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갤러리 등 문화예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 시설도 있다.
2002년에 문을 열어 도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역시 폐교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5년 제주에 정착해 아름다운 제주 풍광을 사진에 담는 데 열정을 쏟은 고 김영갑 사진작가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2005년 타계했다.
그가 생전에 신산초 삼달분교를 개조해 마련한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는 제주의 풍광을 담은 다양한 사진 작품과 유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 밖에는 정원이 가꿔져 있어서 천천히 산책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1995년 폐교한 제주시 한경면 고산초 산양분교장은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예술곶 산양'으로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예술곶 산양은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국내외 예술가 간 네트워크 교류와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창작 작품을 전시하며, 예술가와 주민 간 지역 연계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연합뉴스2001년 폐교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초등학교는 서재철 사진작가가 2004년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으로 단장해 운영 중이다.
이곳은 한라산, 오름, 해녀, 포구 등 제주의 진면모를 담은 다양한 사진 작품과 카메라 장비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이며 학교의 옛 모습도 간직하고 있어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학생 수 감소 등으로 폐교한 학교 건물이 카페나 갤러리 등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관광객 발길이 잇따르는 제주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 복지 기회를 확충하고 소득 증진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폐교재산을 대부하고 있다.
단 교육용 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 체육시설, 소득 증대 시설, 귀농어촌 지원 시설 등 건전한 용도로 활용하고자 하는 때에만 대부를 허용한다.
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폐교재산 27곳 중 24곳(유상 7, 무상 17)은 대부 중이며, 3곳은 대부 예정이거나 보존 관리 중이다.
현재 제주의 폐교재산 중에는 이장을 대표자로 학교가 있는 마을회가 임대한 곳이 많다. 마을에서 폐교재산을 활용해 수익이 나는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그 수익을 마을 소득으로 활용한다면 무상 대부가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