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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열전]선거 때면 꼭 나오는 설익은 안보 공약들



국방/외교

    [안보열전]선거 때면 꼭 나오는 설익은 안보 공약들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이낙연 "서울공항 이전해 스마트 신도시"
    홍준표 "해병대와 특전사 합쳐 해병특수군"
    서울공항, 안보상 특수 기능 수행
    군 공항 이전 자체도 현실적으로 난제
    해병특수군 창설은 더 현실성 없어
    서로 전혀 다른 두 부대, 합칠 이유도 실익도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취재단·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취재단·윤창원 기자 여야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군과 관련해 내놓은 공약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해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고, 해군 소속 해병대사령부와 육군 소속 특수전사령부를 각 군에서 분리해 '해병특수군'이라는 별도 군종(軍種)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공항, 안보상 특수 기능 수행…군 공항 이전 자체도 현실적으로 난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그 부지에 주택을 공급해 10만여 명이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공군 15특수임무비행단이 주둔하는 서울공항은 대통령 전용기와 국빈이 탄 항공기 이착륙을 비롯해 수송·정찰 임무를 위해 쓰이고 있다. 미군도 이곳을 쓰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국빈 이용, 재난 시 구호물자 이동 등의 기능은 김포공항에서 하고 미군 비행대대는 오산에 이미 있는 공군기지로, 수도권 항공 방위 기능은 다른 기지로 옮기자는 구상이다.
    경기 성남 서울공항. 박종민 기자경기 성남 서울공항. 박종민 기자하지만 군 내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고개를 젓는다. 15특수임무비행단이 갖고 있는 고유 기능 또는 보안 유지 문제와 함께 군 공항 이전 자체가 원래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단 2005년에 시작했던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사업부터가 계속 미뤄져 16년이 넘는 2021년 현재도 아직 마치지 못했다.

    서울공항은 이른바 'VIP 임무'라고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 비행을 책임진다. 정부나 군 차원에서 보안 등을 유지해야 하는 수도권 지역 수송 작전이 필요할 경우 이 곳을 거친다. 대북 감시 임무에 투입되는 여러 정찰기도 서울공항을 이용한다. 이들은 대부분 공군이 아니라 정보사령부에서 직접 운용할 정도로 보안을 중요시한다.

    성남에는 미군 CP 탱고 벙커도 위치해 있다. 한미연합훈련 때도 쓰이는 이곳은 미군이 전시에 지휘소로 이용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때문에 서울공항이 그만큼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공약 기자회견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 윤창원 기자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공약 기자회견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 윤창원 기자관련해서 여론에서 큰 비판을 받았던 선례도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과정에서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은 서울공항이 갖고 있는 군사적 중요성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해당 사업을 반대했는데, 임기를 몇 달 남기고 경질됐다.

    검토 결과 제2롯데월드 높이 문제로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롯데 측이 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가 건설됐는데, '기업 이익에 안보를 양보했다'며 수많은 비판을 받았던 일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설사 이 전 대표 말대로 서울공항 이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임기 내에 신도시 사업을 마치기는 어렵거니와 부동산 대책 측면에서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공항을 이전할 경우 주변 지역에 대한 고도제한이 풀리는데, 도리어 개발 이익을 노리고 투기가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해병대 + 특전사 = '해병특수군'"…하는 일 전혀 다른데 억지로 합치자?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 준비사열에 등장한 특전사 대원들. 국방부 제공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 준비사열에 등장한 특전사 대원들. 국방부 제공홍준표 의원이 국회와 페이스북 등지에서 주장하는 해병특수군 창설은 더 현실성이 없다. 그는 각종 안보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며 3군 체제에서 벗어나 특수부대를 제4군으로 편성, 특전사와 해병대를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병대는 본래 범선 시절 영국 해군 함정에서 함 내 군기를 유지하는 군사경찰, 그리고 근접전에서 적함에 올라 전투를 펼치는 역할을 위해 육군 병력이 탑승한 일이 시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해병대가 적 함정에 직접 올라 전투를 펼칠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 대신 해병대는 해군 함정에 탑승해 수상함대와 함께 기동 하며 적 후방에 병력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상륙작전 위주로 개편됐다.

    섬이 많은 나라들은 해병대를 꼭 상륙작전이 아니더라도 유사시 도서 지역에 빠르게 투입해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병력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일본 자위대 수륙기동단이 이러한 예 가운데 하나이며, 미 해병대가 최근 발표한 개편계획 'Force Design 2030'도 비슷한 방침을 밝혔다.
     
    일본은 전수방위(専守防衛, 방어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 내에서만 실행) 원칙에 의해 공격용 부대를 보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사시 중국 등 위협에 대비해 도서 지역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부대가 필요하다며 2018년 수륙기동단을 창설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모습. 연합뉴스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모습. 연합뉴스우리 해병대는 지난해 말 '해병대 비전 2049'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에 대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 전장은 대량소모전보다는 전략적 중심만 골라 타격하는 단기 속결전 형태 전투수행방식이 되겠다고 전망했다. 또 미래에는 도시 지역에서 전투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 도서와 연안지역에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해병대는 기존 상륙작전 위주 수색 임무보다 더 넓은 범위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018년 해병대사령부 예하에 특수수색대를 창설했다. 이는 미 해병대가 해병원정군(MEF) 예하에 두던 수색대(Force Recon) 외에도 넓은 범위에서 특수전을 수행하는 특수작전사령부(SOCOM) 예하 해병특수작전사령부(MARSOC)를 창설한 일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세계 어떤 나라도 육군 특수부대를 따로 떼어 해병대와 합친 뒤 이를 별도 군종으로 만든다는 발상을 내놓지 않는다. 러시아군에서 공수부대를 별도 군종으로 분류하긴 하지만, 러시아 해병대는 해군에 속한다.

    이는 해병대가 가지고 있는 고유 속성 때문이다. 도서 지역에 투입되든 넓은 바다를 건너 원정을 가든, 해병대는 해군이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하면서 함께 필요한 지상전투를 하는 역할이 주 임무다.

    미 해병대가 발표한 Force Design 2030도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 가운데 해병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육군과 다를 바 없어졌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전보다는 도서 지역 작전을 위해 해병대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차부대를 아예 없앤다는 파격적인 안까지 포함됐다.
    연합뉴스연합뉴스이런 점에서 엿볼 수 있듯 해병대가 하는 임무는 특전사와 매우 다르다. 해병대는 해군 함정을 통해 멀리 떨어진 섬이나 다른 나라에 일정 수준 이상 규모 병력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투 양상이 '특수전'이나 '비정규전'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특수전과 비정규전을 수행하는 특전사는 기본적으로 적진에 몰래 소규모로 침투, 오래 숨어서 적 동태를 감시하고 때로는 폭파 또는 타격하는 게릴라전을 주로 수행한다. 해병대와 같은 대규모 부대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침투 과정에서 바다를 통할 수는 있지만, 이는 수단일 뿐이다.

    부대 숙련도와 구성 면에서도 해병대는 병 위주이지만 특전사는 부사관 위주로 크게 차이가 난다. '해병특수군'을 창설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과 실현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는 셈이다. 해병대와 특전사 모두 각군 특수부대를 통합해 지휘통제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라면 몰라도, 해병특수군 창설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영국 해병대가 특수부대에 준하는 소수정예 경보병처럼 운용되기는 한다. 하지만 육군 특수부대 SAS와 해병대를 합쳐 별도 군종을 만들자는 제안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특수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미군 75레인저연대와 비슷한 영국 SFSG에 일부 해병대 병력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 자체가 별도 특수부대로 분류된다.

    미군은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우주군까지 크게 6군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국방부 예하에 육군청과 해군청, 공군청을 둬 이 군들을 통제한다. 국토안보부가 통제하는 해안경비대 정도가 예외다.

    이 가운데 공군과 함께 공군에서 얼마 전 독립한 우주군은 공군청이 통제한다. 우주군 창설 인원들도 대부분 공군 출신이다. 해군과 해병대는 해군청에서 통제하며, 해병대 의무와 법무병과는 해군에서 파견 나간 인원들이 맡는다. 세계 최고 수준 특수부대를 보유한 미군도 해군과 해병대를 분리 운용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결과적으로 홍 의원이 하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해병대 독립' 주장에 의존한 표 끌어모으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문민통제 원칙에 의해 군은 국민이 선출한 정치인에 복종해야 하지만, 깊은 고민 없는 정치 논리가 안보를 지배해서는 매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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