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모습.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계와 학계, 법조계 등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세계신문협회가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public statement)을 보내왔다고 12일 밝혔다.
세계신문협회는 세계 언론 자유 창달을 목적으로 1948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로 60여 개국 1만5천여개 언론사가 가입돼 있다.
세계신문협회는 성명서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 등 관계기관은 허위정보를 위해 성급히 마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가짜뉴스'의 발행 의도를 규정하는 기준을 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세계신문협회는 "가짜뉴스를 결정하는 기준은 필연적으로 해석의 남용으로 이어져 보도의 자유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정부,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될 것"
세계신문협회는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관훈클럽,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연대해 헌법이 보장한 범위를 뛰어넘는 개정안을 철회하는 데 힘을 합하겠다"고 밝혔다.
뱅상 페레네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CEO)도 "이러한 유형의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의해 조장되어 왔으며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데 사용되는 편리한 수단이었다. (이러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페레네 CEO는 "만일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토론을 사실상 억제하려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한국신문협회가 지난 9일 세계신문협회에 언론중재법 개정에 관한 상황 보고를 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