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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허준호가 꿈꿔온 현장 '모가디슈'…"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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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허준호가 꿈꿔온 현장 '모가디슈'…"기립박수"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 림용수 역 배우 허준호

    영화 '모가디슈'에서 림용수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허준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에서 림용수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허준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 림용수는 오랜 기간 소말리아에 주재하며 외교 관계를 쌓아왔다. 대한민국과 UN 가입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외교관으로서 격조를 지키는 것도 중시한다. 외교활동을 하는 것뿐 아니라 리더로서 대사관 식구들을 이끄는 게 그의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군부독재정권에 반발한 소말리아 시민과 반군이 정부를 향해 총을 들었다. 수도 모가디슈는 순식간에 총알이 빗발치는 내전 현장으로 변하고, 북한 대사관은 반군과 폭도들로 인해 침탈당한다. 이후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길을 나서지만, 그들이 갈 곳은 한 곳, 바로 대한민국 공관뿐이다.
     
    생사의 갈림길 속 림용수 대사는 대한민국 공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람한텐 인격이 있고, 나라에는 국격이 있듯이 외교에도 격조가 있는 거요. 우린 자존심까지 내놓고 오진 않았소"라는 말처럼 원칙은 지키되, 생존을 위해 남한과 함께 길을 나아가게 된다.
     
    최근 화상을 통해 만난 배우 허준호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를 통해 꿈에 그리던 현장에서 만나고 싶었던 배우들과 연기하며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가 주는 뭉클한 감동이 상당하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내 수줍은 듯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모가디슈'의 모든 것을 극찬했다. 그래서 허준호에게서 무엇이 그를 현장과 '모가디슈'에 푹 빠지게 했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완 감독의 눈빛이 허준호를 '모가디슈'로 끌어들였다


    ▷ 무엇이 허준호를 영화 '모가디슈'로 이끌었나?
     
    허준호 : 류승완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처음 소속사를 통해 만나자는 소식을 듣고 식사 약속을 잡았다. 2시간 넘어가는 시간 동안 이 사람이 작품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왜 선택했는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어떤 이야기라서 꽂힌 게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류 감독의 눈빛이 내게 큰 믿음을 줬다. 그래서 빨리 결정했다. 대본은 못 봤다.
     
    ▷ 허준호가 4개월을 함께하며 보고 느낀 림용수는 어떤 인물이었나?
     
    허준호 : 뒤에 물러서 있으면서도 물러나 있는 게 아닌 능구렁이, 터줏대감 같은 인물로 접근했다. 그리고 림용수는 베테랑 외교관이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사는 리더로서 살려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내가 어릴 때 기억하는 것 중 '오호담당제'(북한 주민 다섯 가구마다 한 명의 5호담당 선전원을 배치해 가족생활 전반에 걸친 당적 지도라는 명목으로 간섭, 통제, 감시하는 제도)라는 게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건데, 그게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북한 대사관 안에서도 서로를 감시하고, 누가 적인지 모르는 분위기를 베이스에 깔고 갔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감히 건들지도 못하는 큰 인물, 센 인물로 표현하는 게 나한텐 숙제였다. 첫 장면에서 내가 사람들이 감히 건들지도 못하는 벽을 만들어줘야 영화적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장면을 제일 신경 썼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촬영 전날까지도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이번 림용수 대사 연기를 위해 참고한 영화나 캐릭터가 있을까?
     
    허준호 : 어릴 땐 다른 영화나 인물을 참고했는데, 요즘은 될 수 있으면 감독과 작가들이 표현하는 걸 위주로 한다. 영화마다 작가와 감독만의 색깔이 더 중요하다. 거기에 맞게 표현하는 게 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감독과 작가에게 더 의지하고, 그게 더 우선인 걸로 연구한다. 어릴 때는 고집스럽게 내 것만 찾아간 적이 많은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졌다.
     
    ▷ 영화는 모로코 올로케이션을 통해 완성된 만큼 실제 1990년대 모가디슈 현장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았다. 현장 분위기와 잘 구현된 세트를 마주했을 때 받은 첫인상이 궁금하다.
     
    허준호 : 기립 박수. 그걸 준비한 감독 이하 모든 스태프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꿈에 그리던 현장이었다. 우리나라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그 이전 해외 작품은 참 열악했다. 그때는 못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본력 등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또 해외를 잘 몰랐다. 이제는 시작인 거 같은데, 코로나19로 할 수 있을지 아쉽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기립 박수를 보낸다. 정말 대단했다.
     
    ▷ 이처럼 현실감 넘치는 현장은 배우들이 상황이나 감정에 몰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나?
     
    허준호 : 이게 100%, 200%가 나온다. 나도 모르는 연기가 나올 정도의 준비가 된다. 과거 '하얀전쟁'(감독 정지영, 1992)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인해전술을 간접 경험한 적이 있다. 한 줄씩 총을 쏘면서 넘어오는 장면이 있는데, 내 뒷모습을 찍은 적이 있다. 뒷모습인데도 공포가 느껴졌다. '모가디슈'는 도시 전체를 소말리아 모가디슈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다 색칠했고, 소품과 차도 가져오고, 의상 등 모든 걸 준비한 프로덕션이었다. 리허설 들어가면서부터 굉장히 도움을 받은, 100%, 200% 도움받을 수 있는 촬영 환경이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준호가 '모가디슈'를 보며 눈물을 흘린 이유


    ▷ 한국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자동차로 이동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허준호 : 대본을 보고 내가 운전하고 싶을 정도였다. 마침 (구)교환이가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됐다고 해서 욕심부리며 내가 하겠다고 우길 정도로 대본도 탄탄하게 쓰여 있었다. 촬영할 때도 상상을 초월한 세팅이 벌어져서 너무 재밌었다. 기술적으로 옆에서 촬영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결과물을 봤을 때는, 와…. 박수가 나왔다. 내 영화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쑥스럽기도 하지만, 정말 박수가 나온다. 진짜 스태프를 포함해 다들 노력했고, 멋있었다.
     
    ▷ 카체이싱 장면을 찍으면서 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허준호 : 스턴트맨들이 잘해줬고, 우리도 직접 운전할 때가 있었다. 나는 교환이 차에 타야 했는데, 교환이가 경력이 짧으니까 그가 운전하는 차는 공포였다. 정말 무서웠다. 아무 사고 없이 촬영할 수 있게끔 교환이를 잘 훈련시켜준 연출부에 감사하고, 그걸 잘 이겨낸 교환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의 김윤석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이 궁금하다.
     
    허준호 : '황해'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표현을 잘하는 한국 배우가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 전에 '추적자'를 보고도 '이야~ 저렇게도 또 표현하네' 했는데, 김윤석의 표현법들이 다양하더라. 김윤석의 정말 진정한 팬으로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와, 내가 진짜로 김윤석이랑 같이하는구나' 하는 진짜 영광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리허설 때 다 보여준다. 하면서 쌓아가는 것도 보여주고. '김윤석은 저렇게 연기하는구나' 하며 배웠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윤석 외에도 조인성, 정만식, 김소진,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등 많은 배우가 함께한 촬영 현장이었다.
     
    허준호 : 나는 누가 출연하지는 지도 모르고 류 감독과 만나서 출연을 결정했다. 나중에 이 배우들과 한다고 해서 혼자서 너무 좋았다. 대한민국 대사 출연진이 먼저 도착해서 촬영하고 있었고, 북한 쪽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중간에 들어갔다. 오는 순서로 가서 만났는데, 믿어줘서 감사했다. 일단 김윤석, 조인성을 보는 재미가 있잖나. 그래서 좋았다. 내 촬영이 없을 때도 구경하고 싶어서 커피 타서 나갔다. 가서 보는데 보는 재미가 있더라.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 있으니까. 김재화도 좋아했다. 그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열정과 진지함에 새삼스럽게 놀라기도 했다.
     
    ▷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영화의 어떤 지점이 허준호의 마음을 울컥하고 뭉클하게 만들었나?
     
    허준호 : 울컥울컥했던 장면이 좀 많다. 그중에서 꼽으라고 한다면, 총 든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그렇고…. 시위 장면은 어떻게 찍나 궁금하기도 해서 내가 촬영이 있거나 없거나 될 수 있으면 나가서 봤다. 시위 장면에서 아기 엄마가 절규하는 소리가 있다. 류 감독이 굉장히 절제한 소리가 있다. 가편집 때부터 내가 넣자고 우겼는데, 들으면 진짜 소름 끼칠 정도의 괴성이다. 살아있는 소리인데, 그런 것들이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 공항 장면이 나온다. 촬영할 때 류 감독이 주문한 것도 아니고 배우들끼리 서로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다들 일심동체였던 거 같다. 슛 들어갔는데 배우들이 완전히 울음바다가 됐다. 특히 우리 꼬맹이들이 엉엉 울었다. 실제로는 굉장히 절제하면서 해야 했는데 말이다. 이번 언론시사회 때 그런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줄줄 흐르더라.


    영화 '모가디슈'에서 림용수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허준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에서 림용수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허준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욕심 안 부리고 충실하고 싶다"


    ▷ 영화를 보면서 상황에 몰입이 되다 보니 처절한 생존의 현장 속에서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나?
     
    허준호 : 상상보다는, 옛날에 '하얀전쟁' 때 여러모로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 들어보려고 다닌 적이 있다. 그때 듣기로, 몸이 먼저 움직인다고 하더라. 옆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한 지인이 사고를 당하면 전혀 모르던 힘으로 일어나서 반응한다고 하더라. 전쟁 중에 무서워서 총을 못 쏘다가도 옆에서 쓰러지면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쏜다고 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나도 몸이 그냥 움직일 거 같다. 그건 내가 위대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똑같이 생존에 대한 쪽으로 몸이 움직이고, 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이지 않을까. 아이가 옆에 있다면 아이부터 살리려 할 것이다. 어떤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도 그렇게 될 거 같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는 처음 출연했다. 현장에서 본 류 감독은 어떤 감독이었나?
     
    허준호 : 촬영 안 할 때와 할 때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아침에 촬영하는 날은 상기돼 있다. 출발부터 긴장해 있는 모습, 준비하는 모습, 꼼꼼히 현장에서 준비된 것을 보고 디렉션하는 모습, 모니터하는 모습 등 한 번도 자리에 앉아서 축 처져 있는 게 아니다. 컷하면 뛰어나가고 정리하고 무전기 잡고…. 의자에 앉아서 구부정하게 있는 모습을 못 봤다. 그 정도로 열정적인 감독이다. 멋있었다. 허허허허허허.
     
    ▷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을 거 같다.
     
    허준호 : 이렇게 결과물을 많이 보여준 감독은 처음이었다. 가편집할 때도 와서 보자고 해서 봤다. 과정마다 영화가 세련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멋있더라. 류 감독을 처음 만나서 작업이 끝나고 오늘까지도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지만 정말 열정적이다. 좋은 감독을 만나서 좋았다.
     
    ▷ 류 감독이 또 부른다면 할 건가?
     
    허준호 : 안 할 이유가 없다. 저런 미친 사람, 멋있는 사람! 영화에, 작품에 미쳐 있는 감독이 멋있어서 또 할 거 같다. 그런데 써 줘야 말이지. 허허허허.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젊었을 때는 '허장강의 아들'이라는 프레임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롯이 배우 허준호로 우뚝 섰다. 혹시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시선이 벗어나고 싶은 족쇄로 작용했었나?
     
    허준호 : 족쇄이면서 큰 영광이다. 그게 없었으면 더 노력하지 않았을 거다. 나는 아버지한테 감사하다. 지금도 감사하다. 그 피를 내게 주셨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럴 수 있는데, 지금은 현장이 너무 재밌다. 나이 들면서 여유도 생긴 거 같다. 어릴 때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인터뷰에서 그 이름을 넘어서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지금까지 이름값을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
     
    ▷ 앞으로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가면서 이것만은 놓치지 않고 가져가겠다는 지향점이 있나?
     
    허준호 : 될지 안 될지 모르겠는데 욕심 안 부리는 거다. 어릴 땐 몰랐는데, 이제 반이 넘어가니 나한테 답 아닌 답이 조금 있다. 나는 배우로서 희로애락을 주는 사람이지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조금 정립이 된 거 같다. 그래서 욕심 안 부리고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근데 매일 아침 욕심이 생긴다. (웃음)
     
    ▷ 영화 '모가디슈'를 조금 더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허준호 :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 안 그러면 후회하실 거 같다. 내가 찍어놓고 내가 표현하는 게 쑥스럽지만, 사실이다.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 TV 화면으로 봐서 성에 안 차는 영화가 있는데, 이건 그런 영화다. 마스크를 꼭 쓰고 와서 본다면, 힘든 시기에 잠시나마 힘듦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 될 수 있지 않을까. 추천 드린다.
     
    ▷ '모가디슈'를 한 줄로 소개한다면?
     
    허준호 : 멋있는 영화, 한국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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