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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광기 휩싸인 인간군상 지옥도 '잘리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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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광기 휩싸인 인간군상 지옥도 '잘리카투'

    외화 '잘리카투'(감독 리조 조세 펠리세리)

    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때때로 인간성을 버린 인간을 보고 '짐승 같다'는 표현을 한다. 그러나 어쩌면 인간의 외피를 벗어던진 존재는 본능과 욕망으로 점철된 매우 인간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인간 내면에 도사린 시커먼 욕망과 광기가 고삐를 풀고 달아나는 순간, 인간임을 벗어던진 존재들의 폭주가 시작된다. 외화 '잘리카투'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감각적으로 풍자한다.
     
    어느 날, 푸줏간(도축장)에서 물소 한 마리가 도망친다. 도망친 물소는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고,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선다. 물소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면서 어느새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물소를 잡겠다고 나선 남자들로 인해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
    '잘리카투'(감독 리조 조세 펠리세리)는 물소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간단해 보이는 소재를 바탕으로, 귀에 꽂히는 사운드와 감각적인 화면, 빠른 컷 전환을 통해 욕망과 광기로 가득 찬 인간 군상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음악으로 치면 '크레센도'(점점 세게)로 표현이 가능하다. 어느 날 푸줏간을 도망간 물소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물소로 생업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물소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물소로 인해 피해를 본다. 결국 물소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마을 남자들은 물소를 잡기로 하고 추적에 나선다.
     
    처음에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선 길이지만 점차 '물소'를 빌미로 자신만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이들로 인해 마을에 지옥도가 펼쳐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점차 욕망과 광기는 세기를 더해가고, 카메라는 인간의 광기와 욕망이 격렬하게 감각적으로 인간들의 피부를 뚫고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포착한다.
     
    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
    도망친 물소와 이를 쫓는 인간들만큼이나 편집 역시 빠른 속도를 이어나간다. 채도 높은 강렬한 색감의 화면이 영화를 지배하는 가운데, 영화 초반 시계 초침 소리에 맞춰 빠르게 전환되는 컷들은 상황의 긴박함과 광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수십, 수백 명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며 그들이 지난 저마다의 욕망과 광기 역시 쏟아져 나오는데, 빠른 템포의 영화 전개와 어우러지며 긴장을 놓치는 순간 장면들이 순식간에 관객을 지나치게 된다. 스크린 안에서 마을 사람들이 물소를 쫓듯이, 자연스럽게 관객은 감독의 안배에 따라 물소를 쫓는 인간들과 그들의 욕망을 뒤쫓게 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이 결국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을 감각으로 쫓는 영화라는 것을 다양한 영화적 수단을 통해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무엇이 인간을 그토록 광기에 휩싸이게 만드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영화 속 물소는 그 자체로 욕망의 대상이자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과 광기를 은유한다.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선 마을 사람들은 순수하게 물소를 잡는 게 목적이 아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그저 물소를 쫓는 무리에 합류했을 뿐이다. 겉으로는 하나의 목표 아래 힘을 합치는 듯 보이지만, 시커먼 속내를 감춘 인간들이 일시적으로 휴전하고 있었음은 영화 후반부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도 어떠한 무리 속에 속한 채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낸 질서와 도덕이라는 규범 아래 묶여 살고 있지만, 어떠한 계기로 그 고삐가 풀어지는 순간 어둑한 욕망이 삐져나와 세상을 광기로 물들이는 일이 발생했음을 역사와 현실에서 목도한 바 있다.
     
    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잘리카투'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
    이처럼 '잘리카투'는 추악한 인간의 욕망을 물소에 투영한 채 폭주하는 인간들의 광기, 인간으로서 갖고 있던 최소한의 인간성을 집어던진 무리가 언제든 지옥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풍자하고 있다. 또 하나, 고삐를 풀고 푸줏간을 달아난 물소는 인간성과 도덕성이라는 고삐를 풀고 욕망과 광기만 남은 존재가 된 채 폭주하는 인간 그 자체를 상징한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광기를 드러내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간성을 버린 채 집착과 욕망, 광기로 휩싸인 인간들이 거대한 무덤처럼 쌓아 올려지는 장면에서의 충격은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더 이상 인간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새까만 악의들이 뭉쳐진 욕망의 덩어리 내지 괴물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것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 인간이길 버린 인간의 추악한 마지막인지 모른다.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인간의 탈을 쓴 채 숨어있는 괴물들에 대한 경계이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저들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말이다.
     
    이 독특하고도 강렬한 인도 영화가 주는 감각적인 체험은 관객들에게 감각적으로 영화를 느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당장 이해하려 하기 보다 영화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체험하는 것이 '잘리카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일 듯싶다.
     
    93분 상영, 8월 5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잘리카투'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잘리카투'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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