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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아프간 철군 이유…'전의'까지 사줄 수 없어서

미국/중남미

    드러나는 아프간 철군 이유…'전의'까지 사줄 수 없어서

    바이든, 아프간 수렁서 왜 발 빼려했나
    모든 것 사줬지만, 의지는 사줄 수없어
    20년 아프간전쟁비용 '이자'만 622조원
    군부대 비용 부풀리기, 지출내역도 감감
    미군은 전투교육 대신 문맹퇴치에 앞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군 철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20년간 공들였던 아프가니스탄 수도가 함락되면서 미국의 위신이 말이 아니게 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한달전에 예상한 것과 정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대통령은 물론이고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안보라인과 CIA등 정보라인의 정세 인식 및 상황 판단 능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아프간은 전쟁의 수렁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을 이처럼 끝까지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대국민 성명은 미국이 왜 아프간전을 수렁이라고 생각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가 우리가 예상했었던 것 보다 빠르게 전개됐다"며 통탄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지도자들은 포기하고 나라를 도망쳤고 군대도 싸워볼 시도조차 안하고 무너졌다고 뼈아파했다.
     
    총탄 자국 유리창 통해 보이는 아프간 파병 미군. 연합뉴스총탄 자국 유리창 통해 보이는 아프간 파병 미군. 연합뉴스
    그는 또 "우리는 그들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도록 모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그런 미래를 위해 싸울 의지까지는 줄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물질적으로는 구멍을 메울 수 있었지만 정신까지는 보좌할 수 없었다는 자기 고백인 셈이다. 
     
    "아프간에서 철수하기 더 좋은 때는 그 동안 없었다", "(아프간 군대가 맥없이 무너진) 지금의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한 것도 아프간 전쟁의 실체를 파악했다는 취지로 들린다. 
     
    사실 미국 정부는 아프간 전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사실을 그동안 인식해오고 있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전쟁비용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이 20년간 아프간 전쟁을 위해 쏟아 부은 비용은 2650조 원(2조 261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957조원은 직접적인 전쟁수행에, 168조 원은 사회인프라 건설 및 군대 양성 같은 국가재건사업에 각각 지출됐다.
     
    채권 발행 등의 방법을 통해 조달된 금액이 아니라 모두 미국 정부 예산에서 지출된 금액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 때문에 미국정부는 그 동안 아프간 전쟁비용의 '이자'로만 622조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2050년에 이르면 미국은 금융비용까지 합하면 아프간에 7631조 원을 쏟아 붓게 된다는 계산이다.
     
    서방 언론은 아프간전쟁의 둑이 여기저기 뚫려 있음을 그 동안 지적해왔다.
     
    아프간군. 연합뉴스아프간군. 연합뉴스
    BBC는 30만 명이라는 아프간 정부군의 상당수는 장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이라고 보도했다.
     
    부패한 국방 관료들이 군인 숫자를 부풀려 지원비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아프간 군대는 5만명이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기강이 빠진 아프간 당국에 거액의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었다. 
     
    지난해 발간된 미 의회 보고서는 국가재건사업에 투입된 예산 가운데 최소 22조원(190억달러)의 지출 경로가 파악이 안 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아프간 뿐 아니라 미국측의 아프간 재건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미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프간군의 약점은 명백했다"며 "일부 (미국) 교관은 아프간 군인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라그만 지방의 탈레반 대원들. 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 라그만 지방의 탈레반 대원들. 연합뉴스
    동시에 미군이 탈레반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만은 이날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은 탈레반이 도시 주변에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고 전의를 다지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 동안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 부었던 전쟁비용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까지 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소유하고 있던 첨단 군장비는 이들이 탈레반에 투항하면서 고스란히 탈레반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미국이 아프간 전쟁수행을 위해 쏟아 부은 957조원은 결과적으로 '적'의 무장력을 높여준 '부스터샷'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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