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나눈 통화에서 '곧 정리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 표현의 주어가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인지, 경선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인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17일 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0일 이뤄진 원 전 지사와의 통화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는 인공지능 기술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클로바노트'라는 앱으로 이뤄졌다.
녹취록에서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는 갈등을 우려한 듯 "우리 캠프로 지금 싸우는 사람들, 나중에 다 알아야 될 사람들이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는 지금 초기에 제가 봤을 때는 지금, 저쪽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가지고 세게 세게 얘기하는 거지, 예 저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 연구원 내부조사하고 안 하겠습니까"라며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사님 오르고 계십니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사님은 원희룡 전 지사를 가리키는 지사님의 오기로 보인다.
공개된 녹취록 내용만 본다면 이 대표가 가리키는 '저쪽'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으로 당대표가 없을 때 '기습 입당한'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때문에 윤 전 총장 측에 강하게 발언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이 자체 조사를 했고, 갈등 상황이 곧 정리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읽힌다.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한 게시글에서 "우리 당내에 며칠간 있었던 안 좋은 모습, 모두 대표인 제 책임이다. 이것으로 당내 상호 간의 공격이나 날 선 공방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확전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하지만 같은 통화 내용을 두고 원 전 지사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원 전 지사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 '곧 정리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말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의 발언에서 '입당하면서 세게 얘기하는 저쪽'은 윤석열 후보가 아니면 누구이겠느냐? 곧 정리된다는 이야기 바로 앞에는 저기라고 여의도 연구원 내부조사 안하겠느냐.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들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곧 정리될 것이고, 원희룡은 오르고 있다며 축하한다는 덕담까지 한 것"이라며 "이 내용을 어떻게 '갈등상황이 정리된다'라는 의미로 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 아니라 전체적인 대화 흐름, 말이 이어지고 끊기는 맥락, 어감 등을 확인하면 '정리'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 전 지사는 "부분 공개한 것에도 오역이 있고, 당시 감정표현, 뉘앙스 등을 담은 내용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전 지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이날 오후 6시까지 이 대표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녹음파일의 원본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원 전 지사는 "통화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정권교체를 위해서 당대표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나 경선 공정성,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다"며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통해서 불공정 경선의 기본 틀이 아무런 견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문제의식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기본 골자에 대해서는 파일이 공개되면 직접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파일 공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가정에 기반해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진실을 명확히 해 그것을 바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심기일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원 전 지사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페이스북을 통해 "그냥 딱합니다"라는 게시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