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토론회 무산에 이어진 녹취록 갈등까지 심각한 당내 갈등을 겪는 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략적으로 침묵했다.
윤 전 총장은 입당 때부터 이준석 당대표 패싱 논란을 시작으로 당 행사 불참, 토론회 반대 등으로 이번 갈등의 시발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갑자기 펼쳐진 '이준석 vs 일부 최고위원·원희룡 대리전'에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윤석열이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나온다.
대리전에 침묵하는 尹… 당내에선 "최대 수혜자"
19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공개 일정이 없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책 자문과 개인 일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내내 공개일정이 없었고, 노출된 일정이었던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때도 기자들과 만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언론 인터뷰'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 120시간 노동 발언부터 부정식품 옹호, 후쿠시마 원전 등 말 사고를 계속해 일으켰는데,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침묵이 눈에 띄는 이유는 국민의힘이 최근 극심한 내홍을 겪어서다. 경선준비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둘러싸고 당 지도부가 갈라섰고, 특히 이준석 당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녹취록'을 두고 벌인 설전 등 모든 중심에 윤 전 총장이 있다.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윤창원 기자윤 전 총장은 입당 당시부터 당대표 패싱 논란을 빚었고, 이후에도 당 행사에 불참하며 경준위 주관 행사에도 캠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가 '당대표 탄핵 발언' 논란을 빚으며 밀리는 듯 싶었지만
갑자기 토론회를 둘러싸고 이준석과 일부 최고위원·원희룡 전 지사의 대리전이 펼쳐졌다. 녹취록을 둘러싸고선 이준석과 원 전 지사의 싸움 구도가 펼쳐지자 윤 전 총장은 슬쩍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당내에선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란 말이 나온다.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윤 전 총장이 최대 수혜자"라며 "정권 압박에 맞섰던 자신이 이번엔 당의 압박도 이겨냈다는 이미지도 줄 수 있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준표·유승민의 토론 공세에도 무대응으로 '지지율 방어'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토론 공세에도 대응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그동안 토론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홍 후보는 "지금은 전 국민의 심판대에 올라선 대선 예비후보"라며 "그만 떼써라. 토론 회피하지 말고 꼭 나오라"라고 압박했다. 최근에는 SNS 글 말미마다 "토론 때 봅시다"를 붙이며 윤 전 총장을 겨냥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도 "토론을 겁내고 어떻게 선거를 나오냐"며 연일 압박 중이다.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토론 공세에도 대응하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후보, 윤석열 전 총장, 유승민 후보. 윤창원 기자공개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어 정치 토론에도 취약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윤 전 총장이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철학적 빈곤이 지적될 만한 발언을 노출하다 보니
, 윤석열 캠프 입장에선 지금 굳이 '토론 이슈'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토론에서 윤 전 총장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윤 전 총장에겐 특유의 '친숙한 화법'이 있다는 것이다.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29일 열린 대권 도전 선언식에서도 "이 정권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비(非) 정치인 화법'이라고 평가했던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먼저 내용이 있어야겠지만, 일단 윤 전 총장의 전달력은 좋다. 이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라며 "쉽게 말하고,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용어를 쓰는 것보다 (대중에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내 한 의원은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 때도 그렇고 일단 일반 화법으로 쉽게 말하지 않는가. 확실히 그런 감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