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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나비효과'…미군 철수의 교훈[한반도 리뷰]



국방/외교

    아프간 '나비효과'…미군 철수의 교훈[한반도 리뷰]

    핵심요약

    언제든 미국에 버림받을 수 있다…같은 문제의식에 처방은 달라
    미국에 '올인' 한미동맹 강화 vs 전작권 환수하고 자주국방 절실
    美 리더십 흔들, 미중경쟁에 영향…노골적 반중노선 신중할 필요

    카불 공항 경비 중인 미군. 연합뉴스카불 공항 경비 중인 미군. 연합뉴스
    세계 최강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기듯 퇴각함으로써 미국의 안보 공약이 또 다시 흔들리게 됐다. 20년간 무려 2조 달러 이상 쏟아 부으며 친미정권을 세웠지만 상황이 바뀌자 가차 없이 버려진 것이다. 월남 패망 때 필사의 사이공 탈출을 연상시킨 카불 공항의 참상은 충격파를 더 키웠다.
     
    북핵 문제와 미중 전략경쟁이 교차하는 한반도 상황에도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큰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도 아프간 꼴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G7 반열에 근접한 한국을 모욕한 주장이지만, 그만큼 민감한 문제임을 새삼 증명했다.
     
    미국은 1948년 미군 철수가 6.25 전쟁을 불렀음에도 닉슨과 카터 행정부에서도 대규모 감축을 시도한 바 있다. 물론 지금의 미중 경쟁은 미군 철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지만 이 또한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아프간 사태는 전략적 가치가 크더라도 자국 사정 등에 의해 얼마든지 '손절'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여기에 한반도도 결코 예외가 아님은 이제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게 됐다.

    언제든 미국에 버림받을 수 있다…같은 문제의식에 처방은 달라

    하지만 진단이 동일한데 처방은 다르게 나오고 있다. 일단, 미국에 버림받을 수 있다는 공포는 거의 본능적으로 한미동맹 강화론으로 이어진다. 방위비 협상 등 계기마다 제기되는 동맹의 균열 우려를 배경삼아 미국에 아예 '올인'하다시피 밀착하자는 주장이다. 남중국해 등 중국 포위 전략에서 보다 확실한 태도를 취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사회는 선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미국을 대해도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의 한국 지배를 묵인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까마득히 모른 채 미국에 매달리던 구한말식 사고로는 가망이 없다. 비대칭 동맹에선 '연루'(entrapment)되거나 '방기'(abandonment), 즉 버려질 위험을 항상 감수해야 한다는 게 국제정치학의 정설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관계를 보다 호혜적, 수평적으로 '쿨'하게 바꾼 분기점이다. 그 배경에는 미중 경쟁의 전략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서의 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필요에 부합할 조건과 능력을 갖추는 게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미국이 가지치기 하듯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빠져나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것은 한국을 떠나기보다는 오히려 한국과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美 리더십 흔들, 미중경쟁에 영향…노골적 반중노선 신중할 필요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미중 경쟁을 필두로 한 국제질서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예고된 철군이지만 미국이 예상 밖 무능과 난맥상을 드러내며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리게 생겼다. 물론 이번 결정은 미국이 무게 중심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옮겨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아프간 철군이 매끄럽게 이뤄졌다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낙관할 수 없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박병광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철군 이후의 복잡한 국내외적 비판과 혼란을 수습하느라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에 빈틈이 생길 것이며,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국제 위상 자체가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이런 상황 인식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노골적 반중노선에 참여하는 것에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이란 기존 입장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는 자주국방 강조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귀결이다. 동맹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순간 아프간의 비극이 싹을 틔운다. 현 정부 임기내 환수 공약이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전시작전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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