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보겠다" 700명 운집…곳곳 방역수칙 위반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강행해 시설폐쇄 명령이 내려진 사랑제일교회가 동화면세점 등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야외 예배'를 진행했다. 임민정 기자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강행해 시설폐쇄 명령이 내려진 사랑제일교회가 동화면세점 등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야외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는 교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광훈 담임목사의 설교를 시청하는 방식이었다. 광화문 일대와 서울역 광장에 700명의 인파가 모이면서 교인들과 경찰 간 충돌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형식의 '야외 예배'가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것인지 따져보고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22일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배를 진행했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는 약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예배를 보겠다며 모였다. 교회 관계자와 신도 외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 관계자와 지지자들도 참석했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성북구 사무실에서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 시작 전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국민혁명당 정영호 정책위의장은 "사랑제일교회는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을 받은 사람만 예배에 참석했다"며 "문재인 정권에 경고한다. 자유로운 예배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예배가 시작되자 광화문 일대는 수백 명 교인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찬송가를 따라 부르고 두 팔 뻗으며, "아멘", "우리가 이겼다", "할렐루야" 등을 크게 외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안 쓰는 등 방역 수칙을 어기기도 했다. 교회 관계자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앉으라고 말했지만, 이어폰을 나눠 끼며 붙어 앉는 등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둘러앉아 음식물을 섭취한 이들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예배 참여 인원은 총 약 700명으로 광화문 광장과 서울역 일대에서 각각 약 250명, 450명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인은 "교회가 폐쇄돼 예배를 못 드린다. 이곳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 금모(30)씨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놀랐다. 코로나19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왜 막느냐" 경찰과 산발적 충돌
전광훈 목사는 22일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배를 진행했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는 약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예배하겠다며 모였다. 임민정 기자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과 교인들의 충돌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사랑제일교회의 '야외 예배'를 방역수칙 위반 행위로 봤다. 경찰은 여러 차례 경고방송을 통해 "실외 예배는 사회적 거리두기 인원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행사"라며 "예배를 중단하고 귀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경고방송을 하는 경찰을 에워싸며 "시끄럽다. 왜 예배를 막느냐. 뭐 하는 짓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은 동화면세점 앞에 펜스를 치고 교인들의 추가 출입을 통제했다. 국민혁명당원 티셔츠를 입은 윤모(67)씨는 "경찰 8명을 뚫고 화단을 넘어서 동화면세점 앞까지 겨우 왔다"면서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경찰을 향해 소리 질렀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평소에도 자리를 지키는 4개 기동대를 포함해 총 8개 기동대, 경찰 약 800명을 투입했다. 서울역에는 2개 기동대, 약 200명이 배치됐다. 경찰에 체포되거나 입건된 교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통제로 인해 동화면세점 앞으로 모이지 못한 교인들은 시청 인근과 광화문 일대 길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장모(74)씨는 "유튜브에서 오늘 11시에 여기서 예배한다고 해서 나왔는데 안에 못 들어갔다"며 "이렇게 경찰이 막고 있으면 안 된다"고 손가락질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이라는 한 참석자는 "5주째 교회에서 진단키트 검사하고 예배했다. 우리 교회처럼 방역 잘 지키는 교회 없다"며 "탄압"이라고 소리쳤다.
경찰 통제로 인해 동화면세점 앞으로 모이지 못한 교인들은 시청 인근과 광화문 일대 길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임민정 기자'야외 예배'는 방역수칙 위반이란 입장의 서울시와 사랑제일교회 측의 갈등도 벌어졌다. 이날 현장을 찾은 서울시 관계자와 만난 사랑제일교회 측 인사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아니다. 개별적으로 모인 것일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문제가 된다면 서울시가 참여자들을 개별적으로 개도하면 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종로구와 서울시는 현장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회 측은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예배라고 강조하지만, 교회 관계자와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단, 국민혁명당 대표가 현장에 나와 있었다"며 "(야외 예배를) 사랑제일교회에서 주최했다는 증거를 모아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시간 반가량 이어진 예배는 교회 관계자들이 봉투를 들고 다니며 헌금을 걷는 것으로 끝났다. 이날 헌금 200만원을 냈다는 이모(74)씨는 "교회를 못 가 여기다가 (헌금을) 냈다. 공산화 되면 안 된다. 나라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예배가 끝나고 일부 참석자들은 1인 시위를 하겠다며 태극기와 성조기 들고 광화문 일대를 걸었다. 한 교인은 "이렇게 나온 표를 내야 하기에 1인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개인적으로 땅밟기를 하겠다. 청와대를 향해 갈 거다"라고 밝혔다.
전광훈 "다음 주엔 광화문서 연합예배 강행할 것"
전광훈 목사. 박종민 기자
사랑제일교회 측은 다음 주에도 광화문에서 같은 방식으로 야외 예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우리 교회를 폐쇄했기 때문에 피난처로 예배드리러 나왔다"며 "다음주에는 광화문으로 모든 성도들이 다 나오는 연합예배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측 이성희 변호사도 "다음 주에도 광화문에서 야외 예배를 드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앞서 서울시와 성북구는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시설폐쇄 명령을 따르고 있는지 점검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점검 직전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점검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대면 예배가 금지된 이후인 지난달 18일부터 5주 연속 대면 예배를 해 두 차례 운영 중단 명령을 받았고, 지난 19일에는 시설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사랑제일교회는 20일 시설 폐쇄 결정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판결 전까지 폐쇄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