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필석. CJ ENM 제공
"관객이 숨죽이고 있어도 마스크 너머 뜨거운 기운과 응원하는 마음이 다 느껴져요. 소리 내어 '재밌다'는 표현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찌나 눈빛을 쏘는지."
팬데믹 이후 공연장은 관객의 함성이 사라졌다. 웃기고 신나는 장면에서 예전 같은 반응이 따라오지 않으면 공연할 때 힘이 나지 않을 법하건만 강필석(43)은 손사래를 쳤다.
故이영훈(2008년 작고) 작곡가의 명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타이틀롤 '명우'로 열연하고 있는 강필석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팬데믹 시대에 관객과 소통하는 것의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2018년)에 이어 다시 참여하는 그는 "관객과 함께 '붉은 노을'을 떼창하는 '싱어롱 커튼콜'이 이 작품의 백미인데, 이번 시즌은 할 수 없어 아쉽다. 대신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훨씬 무거워졌다. 작은 장면 하나도 예전보다 에너지를 많이 쓴다"고 했다.
'명우처럼 죽기 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공연장에서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없게 되니까 이 곳의 소중함이 더 크게 와 닿아요. 배우인 제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준비하는 거겠죠."
CJ ENM 제공배우로서 '광화문연가'의 최고 매력은 故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을 실컷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필석은 "주크박스 뮤지컬은 대사가 아닌 가사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 하지만 이 작곡가의 곡은 가사가 은유적이라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직접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노래 정말 좋구나' 생각한다"고 했다. 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담백하고 가볍게 부르고 싶어서 함께 명우를 연기하는 윤도현에게 가요 창법을 배웠어요."
극중 명우는 죽음을 앞둔 중년의 작곡가다. 추억여행 가이드 '월하'의 안내로 첫사랑 '수아', 끝사랑인 아내 '시영'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떠난다.
강필석은 "이전 시즌 보다 힘을 빼고 연기한다. 덕분에 명우 캐릭터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수동적인 캐릭터라 연기하기 어렵다. 역할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거 같지만 그 안에서 섬세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우가 하늘나라로 가지만, 옛사랑이 아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떠난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월하' 역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까지 않았다. "3인3색이에요. 차지연은 보컬의 힘이 대단하고 치고 빠지기를 잘해요. 김호영은 끼가 많고 무대장악력이 뛰어나죠. 김성규는 애교가 많고 귀여워요. 가수이다 보니 주크박스 뮤지컬에 최적화된 노래를 부르고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은 강필석은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착실하게 쌓았다. '명성황후', 번지점프를 하다', '서편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에 출연했다. 2020년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가난한 예술가 '닉 바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같은 해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우로서는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고, 인간 강필석으로서는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어요." 팬들 사이에서 '요르신'(요정+어르신)으로 불리는 그는 "60대에는 '요할아범'(요정+할아범)으로 불리고 싶다"고 웃었다.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