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처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70% 이상을 사전녹화해 방송한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뉴스 '생방송 진행'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MBC노동조합(3노조)과 코로나19 시국에 따라 사전녹화 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측 입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 26일 3노조는 "8월 24일 뉴스데스크와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24일의 경우 19개 리포트 가운데 15개가 앵커멘트까지 사전녹화돼 79%가 녹화물이었고, 25일의 경우 23개의 리포트 가운데 16개가 앵커멘트까지 사전녹화돼 70%가 녹화물이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남성앵커인 왕종명 앵커의 출연 비중이 늘어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 3노조 측 주장이다.
3노조는 "왕종명 앵커가 본인의 출연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오면서 여성앵커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그러다보니 왕종명 앵커 혼자 뉴스 도중 이리저리로 옮겨 다니며 대담도 하고 스크린 앞에도 서야 하므로 사전녹화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왕종명 앵커는 '본인의 개인적 사유로 생방송 뉴스를 하기 어렵다'고 내부 관계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번 일이 방송사의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판단하며 '뉴스데스크' 녹화방송이 얼마나 관행화됐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코로나19 이후 사전녹화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25일 방송에 대해서는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녹화였다고 수치를 정정하기도 했다.
MBC 측은 "예전에도 사전녹화는 있었다. 해외 특파원 연결, 유명인들 대담, 생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 뉴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며 "코로나19 상황 이후로 스튜디오에 앵커 두 사람이 앉기 힘들어서 두 사람의 스위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녹화 분량이 많아진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AR이나 VR 기법을 활용한 뉴스가 늘어서 기계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 때문에 사전녹화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의도가 있어서 사전녹화가 많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그날 그날 스튜디오 상황과 아이템 방식에 따라 사전녹화가 결정된다. 당일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뉴스데스크' 시간 직전에 사전녹화가 진행돼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3노조)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정확히 '사전녹화' 표기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MBC 외 다른 방송사 뉴스들에서도 통상 인터뷰, 대담 등은 '사전녹화' 표시를 하지만 이밖에 보도 등은 표기하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