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언론중재법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향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이 법을 둘러싸고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하면서,
평소 인권과 자유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권의 국제적 명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여당이 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압박이 벌써부터 거세다. 이에 청와대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물밑으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 시작했다.
해외 관심 높아지는 언론중재법, 적극적 중재 나서기 시작한 靑
언론중재법에 대해 초반에는 철저한 거리두기 모드를 이어갔던 청와대는 본격적으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이 30일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가 신중론으로 회기한 것도 청와대의 물밑 조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의 세부 항목에 논란이 있고 사회적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180석의 의석으로 밀어붙인다면 후폭풍이 커질 수 있음을 청와대도 감지하고 있는 것. 이철희 정무수석이 30일 국회에서 당 지도부 등과 만남을 가지며 본회의 개의 여부를 상의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지도부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점을 찾고 있다"며 해결점을 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초반에는 법안에 대해 침묵하면서 거리를 두던 청와대가 이처럼 적극 중재하기 시작한 것은 문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 처리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해외 언론이 관심을 갖고 조명하기 시작하면서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국제적인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한국의 언론중재법 논란을 3면에 소개했다는 점은 국제적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기자협회(SPJ) 국제 커뮤니티의 댄 큐비스케 공동의장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극도의 실망감을 느꼈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일본의 마이니치, 아사이, 산케이 신문도 법 추진이 한국의 언론통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놓고 우려를 표명했다.
해외 각계에서 보내는 우려는 문재인 정권이 쌓아왔던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정권의 이미지와는 배치된다. 탄핵 정국과 촛불집회 등을 통한 정권의 탄생 배경 등을 고려했을 때 해외 언론에서 독재정권의 언론통제에 빗대는 강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독주 프레임에 또 갇힐라, '거부권' 쥔 文대통령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는 법안 처리가 가져올 정치적인 후폭풍도 고민하고 있다.
180석의 거대 의석으로 야당과 언론계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법을 강행처리한다면 자칫 '독주' 프레임에 빠질 수 있고, 이는 중도층 이탈과 정권심판론으로 연결돼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서 대패하며 혹독한 중간 심판을 받았던 민주당이 불과 몇개월만에 의석수로 논쟁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등 당의 원로들도 지도부에 이같은 충고를 했다고 한다. 강경한 입장이던 송영길 대표가 "민주당은 절대 독단적으로 뭘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것도 이런 내부 고민을 반영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언론단체들과 야당은 법안 강행처리 시 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거부권 국면으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해 당과 뒤늦게 소통하며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교통정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게도 '명분'과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