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처"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솔직히 강아지를 키우는 진짜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유기견이 한 번 상처를 받아서 사람한테 적응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면 강아지를 모르는 사람도 상처받고, 강아지는 또 상처 받는다." (8월 26일 '펫키지' 1회 방송 중)
야심차게 출발한 JTBC 반려견 예능 프로그램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이하 '펫키지')가 첫 방송 만에 역풍을 맞았다. 출연자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초보 반려인들의 유기견 입양에 대해 밝힌 의견이 불씨가 됐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초보 반려인이 상처 입은 유기견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를 접한 반려인·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발언이 자칫 유기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유기견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서면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SNS를 통해 "본 프로그램은 유기견 입양 사연을 소개하면서 마치 유기동물을 반려하기 어려운 동물로 오해를 일으키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했다"며 "유명인의 말 한 마디가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발언자인 김희철을 넘어 제작진 책임론이 확산됐다. 스타의 반려견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입양이 절실한 유기견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유기견 입양이 아니라면 통상 펫숍에서 '분양'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최근 강아지 교배 공장 등 동물권 이슈가 부각되면서 점차 이를 지양하는 추세다. 특히 연예인들은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펫숍 분양 반려동물을 전시할 경우 상당한 비판이 뒤따른다.
김희철은 한 인터넷 생방송에서 직접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그는 "'펫숍에서 사라는 거냐' '펫숍 조장이냐'고 하던데 '절대'라는 단어가 자극적인 표현일 수는 있지만 유기견을 키우고 싶으면 좋은 마음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몇 번 정도 만남을 가지고 마음이 통하는지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기견은 이미 한 번 버려져서 상처가 큰 강아지라 초보자 분들이 키우기 정말 쉽지 않다. 사랑으로 보듬어준다는 것은 예쁜 마음이지만 사랑만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아지들은 똑똑해서 상처나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유기견이 사람을 경계하고 무서워할 수도 있다. 충분한 지식과 함께 전문가와 교육을 받지 않으면 유기견이 또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신을 향한 비판을 두고 '이해 가지 않는 삐딱한 해석과 확산'이라고 반박하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논란의 시발점으로 지목했다. 김희철은 해당 커뮤니티 회원 다수를 선처 없이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나온 제작진 입장 역시 김희철의 해명과 일맥상통했다. 제작진은 문제의 발언이 "반려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방송에 담은 것"이라며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생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희철과 제작진 모두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결국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달랐'던 셈이다. 김희철이 인터넷 생방송에서 자세하게 의미를 풀어낸 발언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포인트 위주로 구성되는 예능 프로그램 특성 상 처음 발언은 '의도'와 무관하게 초보자 유기견 입양의 부정적 근거가 될 위험성이 존재했다.
방송 캡처
무엇보다 '절대'라는 단서조항은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김희철은 어디까지나 1천만 반려인구 중 한 명일 뿐이지, 유기견이나 반려견 전문가는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직간접 경험만으로 초보 반려인의 유기견 입양을 '절대 비추천'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그램 내 반려동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기동물 입양센터 관계자는 31일 CBS노컷뉴스에 "우리 센터 초보 입양자들도 SNS를 보니 화가 많이 났더라. 그래도 발언의 잘못만을 탓할 게 아니다. 김희철씨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강아지를 오랫동안 키우셨던 분들이 개인적 기준에서 내놓은 자기 의견"이라며 "전문 지식이 없으면 해당 발언의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프로그램에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없지 않았나 싶다"라고 짚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센터를 찾는 이들 중 초보 입양자는 80%에 달한다. 그런만큼 반려동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면 이들의 유기견 입양에 대한 일차원적 가불가를 논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어야 했다는 조언이다.
그는 "우리 센터를 찾는 입양자 중 첫 입양, 즉 초보자들이 80%나 된다. 이들이 입양을 꺼리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 유기동물들에겐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초보자가 키우지 않는 게' 해답은 아니다. 초보 입양자들이 얼마나 전문가 조언을 통해 교육받고, 훈련받고, 반려동물과 서로 알아가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 정보들이 공유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기견이 마음의 상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양자가 하나 하나 너무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위험도 있다. 평범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게 강아지 입장에서는 더 안전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겠지만 초보 입양자를 어렵게 하는 그 마음의 상처 역시 사람에게 입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