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MBC노조의 거센 비판에 '100분 토론' 불참을 뒤늦게 사과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지난 31일 성명을 내고 "이준석 대표는 전날 오후 9시 50분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제작진에 최종 통보했다. 생방송을 단 40여 분 앞둔 시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심지어 자신이 방송 펑크를 내면서 생기게 될 방송시간 공백에 대해 '동물의 왕국'이나 틀면 된다고 답했다"며 "거대 공당의 대표가 수백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그 저열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일침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출연 여부를 여야가 갈등 중인 언론중재법의 '정치적 압박' 카드로 이용한 것이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현안보고에서 갑자기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TV 토론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와의 약속인 생방송 TV 토론을 여당 압박을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대표는 실제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협상) 결과 나오는 것 보고 토론 불발로 판을 키워야지'라고 말해 공영방송 토론 프로그램을 저열한 정치적 도구와 협상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 대표는 출연 취소 전까지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이를 따로 알리지 않았다.
MBC노조는 "이 대표는 또 '그럼 MBC는 뭘 내보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하며 토론을 기다렸을 시청자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모독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며 "이 대표는 자신의 저열한 '정치질'에 생방송 TV 토론과 국민과의 약속을 악용했다. 이 대표가 보인 오만한 행태는 방송사 제작진을 상대로 한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SNS에 해명과 함께 '100분 토론' 출연 불발을 사과했다.
이 대표는 "저는 어제 오후 이른 시점부터 민주당이 강행 처리 시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며 "40분 전 불참 통보를 한 것이 아닐뿐더러 주기적으로 연락한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오늘 국회 상황상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계속했지만 마지막까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토론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방송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방송사의 많은 분께 불편을 끼쳐가면서까지 방송 참석을 거절한 것은 처음"이라며 "무리한 입법을 강행한 여당과 청와대를 규탄한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청자 및 방송사와의 약속을 오롯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헌법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해량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