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그 사이에는 그럼 손가락 빨고 살아?(코로나 사태 대응 경제 대책이 너무 늦게 효과를 볼 것이라고 우려하며)"
강민석(55) 전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를 떠난지 4개월만에 내놓은 책 '승부사 문재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설 화법이 소개돼 화제다. 책은 청와대에서 1년 2개월 근무하며 경험한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기지만,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문 대통령 특유의 직설 화법들도 소개돼 있다.
1일 출판사 메디치 가편집본에 따르면, 광화문 집회로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자 문 대통령은 "몇 명이 깽판 쳐서 많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게 하다니"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또 광화문 집회 참석한 뒤 확진돼 격리 중인 유튜버가 음식 불만을 한 데 대해 "지금 밥이 맛이 있냐 없냐니, 한심할 정도네요"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어 "입원해가지고 마치 호텔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비아냥거리는 놀음을 하다니…세상이 상식 있게 돌아가야지"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직설적인 표현들을 전하며 "'좀스럽다'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말이다. 서민적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언어가 SNS라는 수면 위에 한번 나왔다가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강 전 대변인은 자신의 책에 대해 '코로나 난중일기'라고 표현하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태도와 지시도 담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선 지난 2020년 2월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 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그 예로, 지난해 2월 발생한 '마스크 대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참모들을 심하게 질책했던 내용도 들어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 대란 보고를 받고 "마스크 부족, 정말 속이 터지고 열불이 나는 것"이라며 "마스크 너무 안이하다. 속수무책이니"라고 한탄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참모들에게 "뉴스를 안보시던데, 현장을 못 보면 뉴스라도 보세요"라고 질책하는 가 하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마스크 하나 해결 못 하고, 근거가 어떠니 계속 그러고 있습니까"라며 "내가 여러 번 얘기를 했는데…꼭 질책해야 합니까?"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대통령의 이같은 질책에 대해 "재벌 기업 회장이 회사 임원들에게 재떨이를 집어 던지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강 전 대변인은 전했다.
강 전 대변인은 서문에서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빨리 빨리'였다고 꼽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외부로 알려진 '고구마' 이미지와는 딴 판이란 것이다. 강 전 대변인은 서문에서 책을 쓰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책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강 전 대변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출마를 거론했다. 그는 서문에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전직 검찰총장이 출마를 선언하고, 감사원장이란 사람까지 까치발을 하고 무대 주변을 기웃거린다"며 "윤석열 씨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리 정부가 '국민을 약탈'했다고도 하더군요. 약탈이라, '왜'와 '무엇'조차 담지 않은 거친 주장을 하는 만용이 용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고 썼다.
강 전 대변인은 1일 기자 간담회에서 특히 "지금이 선거 국면이다 보니까 대통령의 방역 노력을 폄훼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우리 정부의 방역을 실패로 규정하는 주장들이 범람하고 있다"면서 "방역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대통령이 난국을 헤쳐나온 기록을 내놓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전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국회의장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