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 사진 연합뉴스
경기도가 한강 다리 중 유일한 유료도로인 일산대교의 비싼 통행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처분' 조치를 꺼내들었다.
지자체가 민간자본 투자 시설 사업자의 운영권을 회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일산대교의 실소유자인 국민연금공단과 경기도가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두 기관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 경기도-고양·파주·김포시, 일산대교 공익처분 시행계획 발표 경기도와 고양·파주·김포시는 3일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산대교의 '공익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익처분은 민간투자법 제47조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운영 등 공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민자 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취소한 뒤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추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무관청인 경기도가 일산대교 민간투자사업의 대상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익처분 결정이 확정되면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는 바로 중단되고, 사업자에 대한 보상 절차에 들어간다. 보상 금액은 당사자 간 협의 또는 토지수용위원회 재결 절차 등을 통해 결정된다.
경기도는 이달 중 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공익처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처분이 확정되면 일산대교 운영사인 일산대교 주식회사는 통행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경기도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통행료 징수를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교통기본권 회복·통행료 무료화가 배경 경기도가 공익처분 조치를 추진하게 된 건 올해 2월부터 진행한 일산대교㈜,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도와 3개 시는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 인수를 적극 추진해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 해결을 위해 2014년부터 사업 재구조화, 감독명령, 자금 재조달 등의 행정적 노력을 취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경기 도민의 교통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공익처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공익처분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경기도는 공익처분 과정에 일산대교㈜,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의 대화와 협의는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연금공단도 일산대교 인수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익처분이든 인수든 소유권 이전 비용과 보상액을 얼마로 책정하느냐를 두고 정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인수가 당사자끼리 정하는 것이라면 공익처분은 법원이 정한다.
3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왼쪽부터)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준 고양시장과 함께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한 공익처분 추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손실보상액 얼마?"…경기도-국민연금공단 줄다리기 전망 결국 앞으로 일산대교 통행료 부과 문제는 소유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얼마나 정당하게 보상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보상금액의 비용 부담은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시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보상비용을 2천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경기도의 공익처분 추진 결정에 "전 국민의 노후자산인 기금의 운용수익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경기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일산대교 통행량이 2008년 개통 당시 하루 평균 2만1461대였지만 김포와 파주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지난해에는 하루 7만2979대로 늘어난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도는 국민연금공단이 그동안 너무 과도한 수익을 올렸다고 반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일산대교의 잔존가치는 900억원이고, 지금까지 통행료 징수 등으로 2천6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일산대교 건설비용은 1천784억원이다. 여기에 현재의 징수료를 그대로 받는다고 가정해 2038년까지 예상수입은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지사는 "국민연금공단은 ESG경영을 지원한다고 공언하지만 일산대교에 있어서는 거의 사채에 가까운 이자율과 투자비용 대비 과도한 수입을 올린다는 측면에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 가깝다"며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 자기가 만든 회사에 자기가 돈 빌려줘서 8~20%의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리는 건 보기 드문 사례"라고 비판했다.
ESG경영은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공공경영)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 기여,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의미한다.
이 지사는 또 "이번 공익처분 조치로 국민연금공단이 손실을 보고 나아가 국민들도 손실을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국민들도 국민연금공단이 정당한 경영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길 바랄 것"이라며 "1인 주주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금리를 받고 나아가 이를 국민 일부에게 그것을 부과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 일산대교는?…국민연금공단 1인 주주 형태로 운영
일산대교는 민간자본 1천480억원 등 1천784억원이 투입돼 2008년 5월 개통했으며, 일산대교㈜가 2038년까지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한강 가장 하류에 건설된 다리로,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연결하는 길이 1.84㎞의 왕복 4~6차로로, 개통 당시 승용차 기준 통행료는 1천원이이었다. 28개의 한강 다리 중 유일한 유료도로다.
이후 2009년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인수 후 통행료를 2차례 인상해 현재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1천200원이다. 이는 1㎞당 652원으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109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189원 등 주요 민자도로와 비교해 3~5배 비싸다.
국민연금공단은 각 차량에 징수하는 통행료와 더불어 선순위 차입금 8%, 후순위 차입금 20%를 적용해 출자자로서의 수입과 일산대교㈜의 선순위, 후순위 차입 당사자로 이자수입 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