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단속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전라남도경찰청이 고속도로에서만 운영하던 암행 순찰차를 국도와 일반도로까지 확대했지만 차량을 세워둔 채 단속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리 편의주의적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전남의 한 사고 다발 구역.
고급 스포츠 세단이 갓길에 세워져 있다. 일반차량으로 가장한 경찰의 암행 순찰차로 차량 앞에는 고정식 단속카메라가 설치됐다.
뒤늦게 카메라를 발견한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이기 위해 급제동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경찰은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언제든지 적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암행 순찰차를 도입했다. 암행 순찰차는 일반 승용차 내부에 경찰장비를 탑재해 운영하는 경찰 차량으로 주로 중앙선 침범과 신호위반, 보행자 보호 위반, 끼어들기, 이륜차 법규위반 행위 등을 단속한다.
전남경찰은 그동안 고속도로에서만 활용하던 암행 순찰차를 지난 2월부터는 국도와 시내 구간 등 일반도로까지 운영을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전남 경찰의 암행 순찰차 대면 단속 실적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암행 순찰차를 활용한 고정식 단속은 올해 2월 194건을 비롯해 △3월 1607건 △4월 2390건 △5월 899건 △6월 2196건 △7월 2196건 △8월 973건 등 모두 9533건에 달한다.
과속과 난폭 운전자를 잡기 위해 기동성이 좋은 고성능 차종을 채택한 것이 무색하게 일반 순찰차도 가능한 고정식 단속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광주 서구 쌍촌동에서 암행순찰차를 활용해 교통 단속을 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앞서 전남경찰은 지난 2월 경찰청으로부터 5600만 원 상당의 제네시스 G70 3.3 터보 모델을 배정받았다. 그것도 1대를 배정받은 광주와 달리 더 많은 지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2대가 배정됐다.
370마력의 G70은 최대 시속은 270㎞까지 낼 수 있다. 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은 4.7초에 불과해 웬만한 차량은 따라잡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편의주의적인 단속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른 지역 경찰청이 대면 단속에 암행 순찰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전라남도경찰청 관계자는 "전남 지역은 넓어서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며 "인력도 부족해 직접 암행 순찰차를 운영하는 것보다 교통사고 다발 구역 등 특정 지역에서 기계식(고정식) 단속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대면 단속 건수는 저조하지만 기계식 단속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남경찰은 지난 7월 인력이 보강돼 대면 단속 위주로 늘렸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8월 대면식 단속(242건)이 고정식 단속(973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고성능 암행 순찰차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