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유엔총회 연설하는 시진핑 주석.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나란히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상대국을 겨냥해 견제구를 날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직접 총회에 참석하는 대신 화상 연설 방식을 택한 시 주석은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계속 얘기해 왔던 수사이지만 이번에는 지난주 모습을 드러낸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AUKUS) 동맹과 관련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 주석은 또 "민주는 어느 나라의 특허가 아니라 각국 국민의 권리"이며 "외부의 군사적 간섭과 이른바 민주적 개조가 남긴 폐해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20년 군사개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변모시키려다 '맨손 철수'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국가들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세계는 각국의 동반성장과 진보를 충분히 수용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중국의 발전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남을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패권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평화의 건설자, 글로벌 발전의 공헌자, 공공제품의 제공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피를 철철 흘릴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전 종료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툭하면 신냉전을 추구한다거나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중국의 비난에 대한 화답의 의미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초점을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며 "우리는 유엔과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동맹, 파트너들과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며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압, 허위정보 유포 등을 악의적 행동의 사례로 꼽았다. 중국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임이 분명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신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뉜 세계를 추구하진 않는다", "미국은 다른 분야에서 강한 불일치가 있다고 해도 공동 과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화하고 추구하는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퇴치 같은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