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영 기자 휴대전화 게임에 몰입한다는 잔소리에 격분해 자신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숨지게 하고 이를 방조한 10대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2부 여성강력범죄전담부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A(18) 군을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A 군의 동생 B(16) 군도 존속살해방조죄로 구속 기소했다.
피고인 A 군은 지난달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주거지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는 것에 화가 나 흉기로 친할머니를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숨진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는 지난 2012년부터 이들을 양육해왔다.
A 군은 평소 휴대전화 게임을 많이 한다며 자신을 꾸중하는 친할머니에게 불만을 품어 왔고 범행 당일 잔소리를 듣고 홧김에 자신을 9년간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그는 범행을 목격한 친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을 상대로 보완조사와 병원, 심리 상담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친할머니로부터 휴대전화 게임에 몰입한다는 이유로 자주 꾸중을 들어온 것이 범행 동기로 확인됐다"며 "피고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범행 수법에 대해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 군의 동생 B 군은 범행 당시 존속살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B 군은 친할머니의 비명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심신미약 여부에 대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등으로 정신과 진료와 상담센터 상담을 받은 내역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이는 폭력사범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며 일부 피고인은 비정기적 진료와 상담을 받은 것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또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과 전문수사자문위원 자문 결과 피고인들이 현실 판단력에 영향을 끼치는 심신상태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들이 형을 감경하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발생 직후 유족인 조부에게 장례비를 지급했고 심리 상담과 유족구조금을 안내하는 등 추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