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이한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의한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남측이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이라는 제목의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 발표 이후 7시간 만에 나왔다.
김여정 담화, 조건부로 남북관계 회복 논의 가능 '유화적 태도' 표명
리태성 부상의 담화가 주로 미국을 겨냥해 종전선언이 '시기상조'임을 지적했다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의했음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고, 또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또다시 제안했다"며,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혓다.
김 부부장은 "조선반도 평화보장체계수립의 단초로 되는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의의를 공감한데로부터 우리는 지난 시기 여러 계기들에 종전선언에 대하여 논의한 바 있다"며,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말햇다.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 단 적대시 정책 폐기 등 선결 조건 해결해야"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해보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우리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김 부부장은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긴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앞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김 부부장은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며.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드는 이중적이며 비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결조건이 마련되어야 서로 마주앉아 종전도 선언할 수 있어"
김 부부장은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되어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남조선이 늘 자기들이 말하듯 진정으로 조선반도에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하자면 이러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부부장은 끝으로 "우리는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자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이중잣대'는 남측이 한미연합훈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국방비 증대 등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순항·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도발로 규정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와 관련해 이날 오전 6시경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낸데 이어 오후에 다시 대남 대미관계를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발표했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 이어 김여정 부부장이 7시간 만에 다시 담화를 냈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의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 나름의 관심과 기대를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부부장의 담화는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전문가 "북한 연속 담화, 종전선언 입장을 알리며 대미 대남 돌파 시도"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리태성 외무성 부상에 이어 김여정 부부장까지 나선 것은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알리는 측면도 있지만 종전선언 제안을 계기로 대북 적대시정책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면서 교착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돌파해 보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임을출 교수는 "김 부부장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선결조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명시적으로 요구를 한 것은 이전보다 진전된 태도"라면서, "특히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상호존중과 불공평한 이중기준의 철회를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이 대화에 호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리태성은 미국 김여정은 대남에 방점, 선결조건 강조는 공통"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리태성 부상은 미국에 김여정 부부장은 대남에 방점을 두고 있으나, 두 담화 모두 대북 제재완화와 한미군사훈련중단, 군비경쟁 지양 등 종전선언의 여건조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역으로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은 언제든지 종전선언을 할 준비가 되어있고 남측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발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유화적인 태도에 비춰볼 때 북한이 적절한 시기에 남북통신선을 다시 복원하고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매우 강경한 대남 태도를 보이다가도 훈련이 끝나면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문대통령의 제의에 화답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세련된 거절"
반면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의 핵심은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선결조건의 책임이 남쪽(김여정 담화)과 미국(리태성 담화)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두 담화를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대한 화답한 것으로 보기 보다는 오히려 세련되게 거절하면서 미국과 우리 정부의 선제적 행동변화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통일부 "김여정 담화 분석 중,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 발전에 노력 지속"
한편 통일부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 관련 통일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내용에 대해 신중히 분석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