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 황진환 기자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고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24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등 고발 사건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 직접 수사하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직접수사를 관할하는 4차장 산하인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수사 계획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은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및 사후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법률자문을 하여 고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법 위반이 된다는 취지의 고발 사유를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자격이 있지만 대법관에서 물러난 후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별도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 전 대법관이 자문료로 약 월 1500만원 정도를 받았고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고심에 참여해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바 있다. 약 두 달 뒤 권 전 대법관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외에는 별다른 직위를 맡지 않고 있다가 최근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휘말린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던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연합뉴스화천대유는 이 지사가 2015년 성남시장일 때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 컨소시엄에 자산관리사로 참여한 회사다. 화천대유와 자회사인 천화동인은 출자금 3억 5000만원을 내고 1154배에 달하는 약 4040억원을 배당받아 특혜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야당에서는 이 지사를 향해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이 지사와의 관련성도 언급하지만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의 제안으로 고문직을 수락했을 뿐 화천대유와 관련한 논란은 전혀 몰랐다고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당시 대법 전합의 심리 대상에는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도 있던 것으로 파악돼 이 회사의 고문 수락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 당시 선거공보물에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시는 개발이익금 5503억을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환수했다"고 적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 혹은 과장으로 보고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직접 회사의 이름이 오르지 않았지만 하급심(2심) 판결에서는 해당 사업의 참여 주체로 화천대유가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직을 맡은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17일 고문직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물러났다. 그는 이날 화천대유에서 일하며 받은 10개월 보수 전액(약 1억 5000만원)을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기부했다. 권 전 대법관은 공직을 마치고 사인으로서 경영 고문으로 위촉돼 합당한 보수를 받으며 일했지만 화천대유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돼 부담스러움을 느껴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