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회장님 차'로 알려진 차. 국내 세단의 자존심,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제네시스 G90을 시승했다. 올해 연말 풀체인지 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아직 디자인 면에서 질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다.
시승은 2021년형 G90 3.3 터보 가솔린 AWD(풀타임 4륜구동)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로 이뤄졌다. 2021년형은 2018년 출시된 모델에서 주행 편의성을 높인 부분변경 모델이다. 옵션을 포함해 1억1860만원이다.
첫인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면부 크레스트 그릴이다. 커다란 방패나 중세 귀족 가문의 문장을 연상시키는데 웅장한 G90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수평선이 강조된 헤드램프도 눈에 띄고 측면부는 19인치 멀티스포크힐과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라이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8년 출시 당시는 18인치 휠을 장착했지만, 2021년형에는 19인치 휠을 채택했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리어콤비 램프는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 느낌이다. 작은 방패 모양의 듀얼 머플러는 크레스트 그릴 형상과 통일된 디자인을 주고 있다.
최근 G90은 젊은 감성으로 직접 운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뒷좌석 이용자 위주의 차, '쇼퍼드리븐'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2열은 5대 5분할의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가 장착돼 있다. 각 시트에는 좌석 조절과 릴랙스 모드 통합 스위치가 있어 편리하게 조작이 가능하다. 헤드레스트도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2열에서 조작하는 공조 기능은 액정 화면으로 볼 수 있지만, 1열에는 화면 기능이 없다. 2열 위주의 편의장치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2열 창문 블라인드는 전동으로 조작이 가능하지만, 중간에 멈출 수는 없다. 완전히 올리거나 내리는 기능만 가능하다. 이 외에도 2열 탑승자를 위해 화장 거울, 무선 충전 장치 등이 장착돼 있다.
뒷좌석 등받이도 전동시트로 조절돼 상황에 따라 최적의 자세를 만들 수 있으며, 조수석 등받이를 접고 앞으로 밀어내면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 못지않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보이는 계기판은 아날로그 스타일이 기본이면서 화소가 많은 디지털 방식이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좌·우측 후방 차선의 모습이 클러스터 중앙에 나타난다.
3.3 터보 모델의 최고출력은 370마력으로 5.0 모델(425마력)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52.0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는 6개의 실린더로도 8기통(53.0kg·m)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내는 조용하고 엔진의 진동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플래그십 세단의 특성상 정숙함이 기본이겠지만 3.3 터보 모델은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또 다른 매력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특히 불규칙한 노면이나 요철,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에도 진동이나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육중한 차체는 민첩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굼뜨거나 반응이 느리지도 않다. 무겁다는 느낌도 거의 들지 않았고 5205mm에 달하는 차체 길이에도 운전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고급 세단에 걸맞게 안전장치도 다양하다. 전복 대응 커튼을 비롯한 에어백 시스템과 차체 자세 제어기능, 경사로 밀림방지 기능, 급제동 경보기능, 뒷좌석 센터 3점식 시트벨트, 뒷좌석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안전 하차 보조 기능 등이 장착돼 있다.
G90은 세대를 거치면서 기존에 크고 비싼, 회장님 차로만 여겨지던 이미지에서 젊은 세대도 끌어안는데 성공한 것 같다. 곧 출시될 풀체인지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
제네시스 2021년형 G90 가격은 7900만원부터 1억1977만원까지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