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용인시장 재직 시절 인허가를 대가로 업체로부터 헐값에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형과 딸 등 가족뿐만 아니라 운전기사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 등은 정 의원이 재산공개를 피하기 위해 이같이 제 3자를 통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속 기로 정찬민…다음주 결과 나올 듯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전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일 국회와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9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앞서 경찰은 6월과 7월 두 차례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 의해 반려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3일 세 번째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정찬민 의원은 용인시장 재직시절 주택개발사업과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인시 소재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3자가 매수하게 하는 등 합계 4억 6천만원을 수수한 특정범죄가중처벌(특가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며 설명했다.
정 의원은 표결에 앞서 "국회의원 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에 주어진 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며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주면 법원에서 명명백백하게 억울함과 결백함을 밝히고 여러분 앞에 당당하게 서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르면 다음주 정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업자와의 은밀한 거래…운전기사까지 동원
B씨가 정찬민 의원의 지인 등에게 판매한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토지 인근. 이준석 기자경찰 수사 결과 정 의원은 용인시장에 당선된 직후인 2014년 7월 평소 친분이 있던 부동산중개업자 A씨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A씨에게 "큰 건을 해라. 내가 도와주겠다"며 당시 기흥구 일대 땅을 대량 매입해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던 B씨와의 거래를 제안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만나 "인·허가를 도와줄 테니 시세보다 싼값에 땅을 넘기라"고 요구했고, 2016년 B씨는 정 의원의 형 정모씨에게 보라동에 있는 토지 988㎡를 시세보다 2억원 가량 저렴한 1억9136만원에 팔았다.
토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취등록세 880만원도 B씨가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B씨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3개 필지(토지 1760㎡, 건물 97.2㎡)를 시세보다 싸게 차례로 정 의원의 지인 등에게 매도했다. 마찬가지로 취등록세는 모두 B씨가 대납했다.
토지를 매입한 이들 중에는 과거 정 의원의 운전기사의 아내도 있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시세차익은 4억579만원, B씨가 대신 낸 취·등록세는 5664만원으로 판단했다.
다만 정 의원이 지인 등이 헐값에 토지를 살 수 있게 도운 것인지, 추후 이들에게서 토지를 돌려받으려 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과 B씨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재산이 공개되는 시장 신분으로 토지를 넘겨받으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가족부터 운전기사까지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