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씨. 연합뉴스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졌다.
6일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이모(31)씨를 상해치사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월 25일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인 A(26)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폭행으로 인해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 등 상해를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약 3주 동안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7월 27일 상해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기각했다. 이후 A씨가 숨지자 부검 결과와 의료진 소견 등을 토대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법원은 발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치 후 유족 면담, 법의학 자문 추가 의뢰, 현장 실황조사, CCTV 영상 대검 감정의뢰 등 보완수사를 통해 피고인의 폭행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더욱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A씨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기관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로 기소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가해자는 피해자 머리를 날카로운 금속 모서리가 설치된 창벽 쪽으로 10여 차례 거세게 밀어붙여 창벽과 금속 모서리에 강하게 부딪히게 해 피해자를 3분가량 실신하도록 했다"며 "이후 정신이 든 피해자에게 계속해 거듭 폭력을 행사했으며 결국 격분한 상태로 피해자의 경추가 꺾일 정도의 심한 타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방치하는 정도를 넘어 약 10분 동안 계속해서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로, 1층에서 8층으로, 다시 8층에서 L층으로 질질 끌고 다니면서 여러 차례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했다"며 "피해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생 애지중지 키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와 유가족들은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눈물과 한숨으로 깊은 절망 가운데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가해자는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