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가 포항흥해실내체육관 텐트 철거를 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지난 4년은 휴가 나온 아들 뭐하나 챙겨줄 수 없는…설움만 가득한 시간이었죠"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지진에 보금자리를 잃고 이재민 구호소인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서 4년을 보낸 전은영(46)씨를 19일 만났다.
전은영씨는 지난 4년간의 고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집 없는 설움 때문인지 지난 4번의 겨울은 유독 추웠고, 여름마다 찾아온 기록적 폭염은 하루하루 버티며 견뎠다.
전씨 등 체육관에 남아 있던 이재민이 사는 흥해 한미장관맨션은 집안 곳곳에 금이 가고, 비가 오면 천장과 벽으로 물이 새들어왔다.
전씨는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무너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 짐 보관은 몰라도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한겨울 핫팩 하나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벼텼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 없는 상황에서 첫째는 군대를 갔고, 둘째는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다른 집처럼 애들에게 신경을 못써준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포항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텐트가 철거되고 있다. 김대기 기자서민희 씨는 지진 당시 체육관에 들어올 수 가 없어, 흥해 곡강천 다리 밑 텐트에서 생활하던 한 달 반은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다.
서씨는 "지진 당시에 군대 있던 아들이 돕겠다고 휴가를 나왔는데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텐트에서 생활하다가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아들이 전역 후 대학 복학을 한 지금껏 구호소 생활을 했다"면서 "휴가 때나 방학 때 집에 와서 발 뻗고 쉬지 못한 걸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처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지난달 24일 열린 제19차 포항지진 피해 구제 심의원회에서 흥해 한미장관맨션과 대신동 시민 아파트를 '수리불가'로 최종 결정했다.
주민들은 전파수준의 피해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게돼, 길고 긴 구호소 생활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포항지진 이재민 이순오씨가 구호소내 텐트에서 난방효과를 위해 이용한 달력을 보고 있다. 김대기 기자
포항시는 지진 1435일 만인 19일 오전 흥해실내체육관에 있는 221개 텐트를 철거하고 임시구호소 운영을 마무리했다. 이곳은 60가구 154명이 이재민으로 등록됐으며, 실제 거주는 9가구 10여 명이 생활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4년간 고통을 참고 기다려준 이재민들께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면서 "안전한 거주지를 되찾을 때까지 노력을 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흥해실내체육관을 나가는 이재민들은 당장 석달 뒤가 걱정이다. LH임대아파트에서 석달만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을 찾기에 너무 짧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민 텐트가 철거된 포항흥해실내체육관은 다음주부터 체육시설로 다시 사용된다. 포항시 제공 한 이재민은 "기존에 LH에 있는 이재민들은 몇 년동안 있으면서 새로운 집을 찾거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구호소를 나가는 우리더러 석달 안에 새집을 찾으라는 건 너무 매몰차게 내모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