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황진환 기자정부가 6개월째 2%대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18년 11월 이후 3년만인데, 인하폭도 역대 최대로 파격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기업, 근로자들 동절기 유류비 부담완화를 위해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는 20% 인하, 같은 기간 LNG 할당 관세는 0%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15% 인하를 논의했지만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로 에너지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하폭을 확대했다.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물가 안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201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
농축수산물(3.7%), 공업제품(3.4%), 서비스(1.9%)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은 가운데 24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16.4%)와 달걀(43.4%), 쌀(10.2%)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라면(9.8%), 빵(5.9%), 가공식품(2.5%) 등 공업제품 물가도 3.4% 올랐다.
우유와 라면, 과자 등 식품업계들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지난달 일제히 가격 인상 릴레이를 이어갔다.
오뚜기는 지난 8월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으며 농심도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팔도도 라면 가격을 7.8% 인상했다.
유제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했다. 서울우유가 흰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하면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6% 인상했다. hy도 다음달부터 우유와 발효율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린다.
황진환 기자이렇다보니 이번달 물가가 일시적으로 3%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맞벌이 부부인 유모(42)씨는 "아기 간식값부터 우유값, 저희가 먹는 라면가격까지 안 오른 게 없다"며 "카트에 몇 개 안 담았는데 10만 원이 훅 넘을 때가 있어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은퇴생활자인 최모(62)씨도 "아이들이 다 커서 부부가 꼭 필요한 것만 사는데도 생활비가 전보다 20%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기름값 때문에 차도 잘 안 타고 지하철을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는 소비 진작책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화된 코로나19에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소비 쿠폰 제공 등 소비 활성화 정책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영화와 외식 소비 쿠폰이 지역 경제에 쓰일 수 있도록 해서 자영업자에게 자립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정책의 취지이지만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소비 진작책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면 유류세 인하로 얻은 물가 하방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