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본토가 쳐들어오면 미국이 지켜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본토의 침공을 받는다면 미국이 방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그렇다"면서 "미국과의 오랜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과 의회가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또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로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CNN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차이 총통의 이번 발언은 대만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도발을 억지해왔다.
CNN 캡처차이 총통은 그동안 간간히 제기됐던 미군의 대만 주둔설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미군이 대만군을 훈련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데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군의 대만 주둔 사실 인정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 할 겨우 심각하게 고려할 사항 중의 하나이지만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을 자극하는 요인도 될 것으로 보인다. 파장이 커지자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미군은 부대로 주둔하는 것이 아니고 훈련을 돕기 위한 것으로 교류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차이 총통이 미군 주둔 사실을 공개하고 미군이 대만을 도울 것이라고 밝힌 것은 중국의 무력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접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이상 가정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중국인들은 대만 통일이 2035년까지는 이루어질 미래의 현실로 보고 있다.
CNN 캡처
중국은 본토가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도울 것이고, 대만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차이 총통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양안의 통일은 역사의 대세이자 정도이며 대만 독립은 역사의 역류이자 막다른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면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며 이를 지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중국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듯 하루전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인 행보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회의에는 리커창 총리도 참석하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rock-soild)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에 걸쳐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