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민간 사업자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상급자인 황무성 전 공사 사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민관(民官) 합동 개발이 본격화 된 2015년쯤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민간 사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정황을 파악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유 전 본부장의 뒷돈 수수 의혹은 이날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15년 유 전 본부장에게 수억원을 건넸다는 공익제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돈은 황 전 사장을 사퇴시키고 사업자 선정과 이익 분배 구조 설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받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원 전 지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돈을 줬다고 지목된 김씨는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수사팀은 조만간 유 전 본부장을 불러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유 전 본부장은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체제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영입한 인사로, '유동규에 이은 2인자'라는 의미에서 '유투'로 불린 실세다. 그는 민간 건설사인 한신공영 출신으로 같은 회사 출신인 황무성 전 사장이 공사 사장으로 지원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유 전 본부장은 최근 공개된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 녹음파일' 속 당사자로서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도 고발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5년 2월6일 황 전 사장 집무실에서 녹음됐다는 해당 대화에는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 명", "정 실장"을 언급하며 황무성 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당시 상황을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차원의 압박으로 인식했다고 밝힌 황 전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전 시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서 밝히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사퇴 압박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황 전 사장이 "자작극"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