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씨. 경기도 제공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구속기소)씨가 지난 2018년 3월 퇴사 직전까지 내부 인사에 직접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인사 담당 임원의 반대로 유 전 본부장은 인사를 하지 못한 채 공사를 나왔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2월 복수의 성남도시공사 관계자를 찾아 "곧 퇴직을 할 예정인데 내부 인사를 하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공사 내 유 전 본부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직원 여러명을 거론하며 "승진시키고 싶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고위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원들 인사고과(근무평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공사는 통상 매년 4월과 11월 두 차례 승진·전보 인사를 진행하는데 유 전 본부장은 이보다 두 달쯤 앞당겨 자신의 뜻대로 직원 인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 뜻대로 인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퇴직 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선거를 캠프 안팎에서 도왔다는 증언이 공사 안팎에서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지사 캠프에 참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복수의 공사 관계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의 '무소불위' 인사 전횡은 그가 본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26일 오후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가장 대표적인 예로 정민용(47) 변호사 채용과 전략사업팀 신설이 꼽힌다. 2014년 공사에서 근무한 B씨는 "애초 필요하지도 않은 전략사업팀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자기 사람을 새로 뽑으려고 한 것"이라면서 "황(무성) 사장이 팀 신설과 채용에 반대하자 (유 전 본부장이) '황 사장을 내보낼 것이다'라고 직원들에게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 주도로 전략사업팀을 신설한 직후인 2014년 11월 공사에 입사한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는 이듬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를 만들고,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편파적인 심사를 통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사업 구조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무성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과 연달아 갈등을 빚은 뒤, 부하 직원에게 여러 번에 걸쳐 사퇴 압박을 받았다"며 언론과 야당 등에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황 전 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유투'로 불리던 유한기 개발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으로부터 사퇴하라는 말을 들었다. 인사권자인 이재명 시장이나 정진상 실장을 통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직접 사장 직무대리 자리에 올랐다. 이후 약 4개월에 걸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사업협약, 주주협약 등 대장동 사업의 굵직한 의사 결정 과정을 주도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연합뉴스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초과이익 환수 등 의견을 낸 공사 직원을 주차장 관리직으로 발령냈다는 폭로도 나왔다. 공사 관계자는 "형식상 직원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지만, 유 전 본부장 뜻대로 실제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게 현실이었다"며 "유 전 본부장이 공사 퇴직 전 승진시키겠다고 공언한 사람들은 실제로도 이후 인사에서 승진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사장 뿐아니라 뒤를 이은 황호양 전 사장 등과도 내부 인사를 두고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