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의혹'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소환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2021.10.24 ondol@yna.co.kr (끝) 연합뉴스대장동 민관(民官) 합동 개발사업을 목전에 둔 2015년 2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이 외압으로 중도 사퇴했다는 정황이 담긴 이른바 '황무성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 범위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체제의 직권남용 의혹으로까지 넓혀지는 모양새다.
황무성 전 사장은 '시장에 의한 압박이라고 인식했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따라 녹음 파일 속 사퇴 압박의 주체로 등장하는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檢, '사퇴압박' 의혹 수사…황무성 "유한기가 들고 온 사표에 사인"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는 '황무성 녹취록'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를 비롯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유한기 전 본부장 등이 고발된 사건을 전날 배당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부서는 대장동 전담수사팀에 편재돼 이 사업 실무자와 조력자, 그 윗선의 배임‧뇌물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이다.
고발의 근거가 된 황 전 사장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지난 25일 공개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직전인 2015년 2월6일 황 전 사장 집무실에서 녹음됐다는 해당 대화에는 유한기 전 본부장이 상급자인 황 전 사장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황 전 사장이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라고 하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아니, 주세요"라고 말한다. 요구를 거부하는 황 전 사장에게 유한기 전 본부장이 "아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대신. 저기 뭐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되묻는 대목도 나온다. 또 황 사장이 "당신 말이 왔다 갔다 하거든. 정이라고 했다가, 유라고 했다가"라고 말하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정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니까요"라고 맞받기도 한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조용히 가야되는데 시끄러울까봐 걱정들 한다"면서 "지휘부가 그런다"고도 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황 전 사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사 사장의 지휘부가 누구인가"라며 '당시 이재명 시장 선에서 압박을 한 것이라고 인식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2월6일 상황에 대해 "유한기 전 본부장이 당장 (사표를) 내라고 요구하면서 오후 10시까지 붙잡았다"며 "결국 유한기 전 본부장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빼와서 저는 사인만 했다"고 밝혔다. 사표 사인 이후 3월까지 직무가 이어졌던 이유에 대해선 "퇴임식을 하기 전에는 하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출근은 했다"며 "그 시기 퇴임식 빼고는 유동규 본부장을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은 또 "(녹음이 이뤄지기 전인) 2015년 1월 말부터 유한기 전 본부장이 와서 자꾸 (압박성) 얘기를 했다"며 "그런 얘기가 나오고 해서 1월 말쯤 정진상 실장을 찾아간 것 같은데 정 실장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이) 나에게 얘기한 것과,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얘기한 것이 서로 다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대장동 사업의 키를 쥐었다는 점에서 "황 전 사장 사퇴는 화천대유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반면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은 황 전 사장 사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황무성 압박했다는 '2인자' 유한기…직권남용 의혹 '윗선 규명' 키맨
이처럼 상황 인식이 엇갈리는 만큼 황 전 사장에게 직접 압박을 가했다고 지목된 유한기 전 본부장의 입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체제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영입한 인사로, '유동규에 이은 2인자'라는 의미에서 '유투'로 불린 실세다. 그는 민간 건설사인 한신공영 출신으로 같은 회사 출신인 황 전 사장이 공사 사장으로 지원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검찰은 녹음파일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 한 차례 유한기 전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이미 황 전 사장으로부터 사퇴 전후 경위를 파악한 수사팀은 조만간 유한기 전 본부장을 다시 불러 녹음파일 속 사퇴 압박 정황과 윗선 관여 여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나온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비춰봤을 때 이 후보나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고위관계자가 유한기 전 본부장을 통해 황 전 사장의 사표를 받아내려 했다면 직권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유사한 구조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녹취록도 없었지만, 진술만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장을 쫓아낸 점이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왔다"며 "이 사건은 황 전 사장의 녹취록도 있는데다가 유한기 전 본부장 단독으로 압박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수사가 윗선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대장동 '배임 혐의' 입증에 檢 막바지 수사력 집중
한편 검찰 수사팀은 지난 21일 유동규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사실에 적시하지 못한 배임 혐의 입증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만 해도 그가 대장동 사업협약시 민간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빼 성남시에 '1163억 플러스 알파'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지만, 추가 수사를 이유로 들며 기소 단계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검토 과정에서 '공사 수익을 더 보장하는 사업자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공사 내부 실무진 의견이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의해 묵살됐다는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대장동 사업 공모를 앞둔 2015년 초 대장동 사업을 담당하던 공사 개발사업1팀 산하의 A 파트장이 해당 보고를 당시 전략사업실 투자팀장 정민용 변호사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질책을 받았다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정 변호사를 조사하며 "나는 결재라인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자체적으로 해당 보고를 배제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은 이런 진술과 정황 등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이 공모지침 검토 단계부터 민간 쪽에 과도한 이익이 쏠리도록 사업구조를 설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핵심 민간 사업자들의 배임 공범 여부도 검토 중인 수사팀은 이번 주 내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