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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마블 역사는 '이터널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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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마블 역사는 '이터널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마블 신작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그토록 기다려온 마블 페이스 4의 시작이자 새로운 마블 시대의 모습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이터널스'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마블의 선언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영화 외적인 것뿐 아니라 내적 변화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7000년 전 지구에 온 태초의 히어로 이터널스와 함께 돌아왔다. 신작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블 페이즈 4의 사실상 시작이자 새로운 마블의 시대를 열 '이터널스'에서 의외라 생각했던 지점이자 기대를 갖게 만들었던 포인트는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이다. 상업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 히어로물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마블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자 시작점에 놓인 '이터널스' 연출을 맡겼다는 것은, 마블이 그동안 보여줬던 영화들과 다른 결로 새로운 마블 시대를 써 내려갈 것을 암시한 것과 다름없다.
     
    그 결과물인 '이터널스'는 예상대로 마블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결의 영화이자 새로운 길을 갈 것임을 선언했다.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클로이 자오 감독은 전작인 '노매드랜드'에서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경외를 담아냈는데, '이터널스'에서도 역시 거대한 자연이 가진 신비와 아름다움, 경외를 담아낸다. 자연 친화적인 카메라로 담아내는 풀샷은 자연을 스크린에 담아내는 데 최적화돼 있다. 또한 우주 질서, 즉 코스모스라는 조화로운 질서 속에 움직이는 거대한 세계를 담아내는 데 있어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가진 깊이 있는 시선은 '이터널스'에 어울린다.

    창세 신화적 분위기를 띠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그동안 SF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온 소재이기도 한 인류 고대 문명과 그 발전에 기여한 외부 존재, 즉 외계 문명의 개입이라는 상상과 가정이 담겼다. 이처럼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 인류 문명에 발자취를 남긴, 신에 필적하는 이터널스를 통해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극 중 이터널스는 신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하지만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처럼 갈등과 배신, 사랑과 고뇌에 휩싸여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생명이 없는 존재이자 셀레스티얼에 의해 만들어지고 프로그래밍 된 존재라는 점에서, 이터널스는 또 다른 피조물인 인간과 닮아 있다. 단지 초인적인 힘과 이로 인한 책임감이 영웅으로서의 고뇌를 더할 뿐이다. 완전한 존재가 불완전한 존재를 꿈꾸는 모습, 그들 역시 창조주의 피조물들로써 정체성과 존재 의미를 고민하는 모습 등은 역시 SF의 오랜 질문과도 맞닿았다.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이전 세대 마블 히어로들이 시리즈 내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갔다면, 마블 페이즈 4의 히어로들은 존재 의미를 고민하고 또한 일찌감치 트라우마를 밖으로 드러내고 갈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마블 페이즈 4의 또 다른 작품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속 샹치처럼, '이터널스' 역시 자신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고, 완벽하다 할 수 없더라도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 역시 지난 마블 시대와는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창조물과 피조물, 그리고 신화적 존재들 사이 갈등 안에 담긴 또 하나의 포인트는 종교적인 물음이다. 전쟁과 죽음, 여러 비극 앞에 인간이 신에게 던지는 질문 역시 '이터널스'에도 등장하는데, 왜 신은 인간의 모든 것에 관여하지 않고 관망하는가 하는 것이다.
     
    불멸의 이터널스와 달리 필멸의 존재이기에 생을 위해, 미래를 위해 더없이 치열하게 살아내는 존재, 그리고 악한 모습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선한 모습 역시 존재하기에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불완전하기에 완전한 이들에게 사랑받고, 스스로 헤쳐나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찾길 바라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이터널스'는 그런 인간적 모습을 이터널스에게도 투영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바로 사랑과 연대다. 점점 더 세계적인 문제, 거대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는 지구 위 존재인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이터널스라는 존재들을 통해 되새기는 셈이다.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무엇보다 '이터널스'는 마블이 그동안 마블 페이즈 3에 이르기까지 보여 온 정치적 올바름의 모든 것을 담아내며, 앞으로 마블이 나아갈 길을 본격적으로 천명하는 영화다. 다인종 히어로, 마블 최초 청각장애 히어로 등 소수자를 포함한 '이터널스'는 지금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까지 담아낸다.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손길을 만나 피상적이거나 상징적인 도구로만 활용되지 않고 더욱 사려 깊게 그려졌다.
     
    볼거리 측면에서 보자면 영화에는 마블 특유의 소소한 유머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무엇보다 국내 팬들 기대를 한몸에 받은,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마동석이 이전 영화에서 보여줬던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잘 녹여낸 캐릭터다. 특유의 주먹 액션과 손바닥 액션은 물론 마동석의 외적 이미지를 이용한 마블식 유머가 나오는데, 이 역시 영화의 깨알 재미 중 하나다.
     
    다만 그동안 마블이 보여준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액션이 가득할 거라 기대한 팬들에게는 아쉬운 영화일 수 있다. 영화는 스펙터클보다는 캐릭터의 면면을 소개하고 그들 사이 관계에 보다 집중한다. 액션보다는 서사에 방점을 찍은 까닭이다. 액션은 이터널스들이 가진 캐릭터적인 특성을 설명하는 장치에 가깝다.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액션의 쾌감 대신 우주와 이터널스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가 마치 홍해를 가르듯 하늘을 가르고 거대한 몸체를 드러내는 장면 등은 스크린을 뚫고 나와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에서 인간인 데인 휘트먼(키트 해링턴)이 신의 대리자인 이터널스를 향해 인간이 창조주에 대해 늘 품고 있던 질문을 던지는데,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나타난 셀레스티얼의 존재는 경외를 넘어 공포까지 자아낸다. 이처럼 신화와 종교 속 숨어 있던 창조주의 거대한 실체를 마주하는 장면은 찰나의 장면이지만 어떤 액션보다도 관객들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이터널스'는 앞으로 이어질 긴 시간 중 시작점에 놓인 영화다. 어쩌면 그동안 마블이 도달하지 못했던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앞으로 보여줄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클로이 자오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성취를 생각한다면 마블의 테두리 안에서 조금 작아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터널스'는 시작점에 놓인 영화다. 10인의 이터널스를 소개하고 그들이 각자 지닌 트라우마와 존재에 대한 고민을 건강하게 극복해 나갈 전환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다음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마블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그려내기 위해 클로이 자오 감독과 '이터널스'를 마블 페이스 4의 사실상 시작점에 배치한 이유는 뭘까. 그 원대한 계획이 자못 궁금해진다.
     
    155분 상영, 11월 3일 개봉, 쿠키 2개 있음, 12세 관람가.

    외화 '이터널스'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이터널스'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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