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제공국립극단이 '온라인 극장'을 개관했다.
국립극단은 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제 어디서나 연극을 만날 수 있는 OTT 플랫폼 '온라인 극장'을 이날 개관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극장'은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이다. 국내 연극 단체가 자체적으로 OTT 플랫폼을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계획했던 대다수 공연이 코로나19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하자 공연 실황 영상 송출, 유튜브 생중계 등 비대면 공연을 조금씩 늘렸고, 시범 서비스 포함 1년 이상 준비기간을 거쳐 '온라인 극장'을 개관했다.
이날 개관과 함께 △파우스트 엔딩 △X의 비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스카팽 등 5개 작품을 공개했다. 국립극단 신작 '소년이그랬다', '만선', '로드킬 인 더 씨어터' 영상도 대기 중이다. 관람료는 한 편당 9900원.
이중 '스카팽' 영상은 배리어프리 서비스(수어 통역·화면 해설 버전)를 적용했고,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기본 영상 외에 디렉티스 컷(연출가의 시선으로 장면전환 최소화)을 추가했다.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은 "인력과 예산 문제 때문에 모든 공연에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적용할 수 없는데 온라인 극장이 이를 보완해준다"며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서비스이지만 비장애인 관객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국립극단 작품 뿐만 아니라 민간 극단·지역 극장의 우수한 공연을 영상 콘텐츠로 소개할 계획이다. 서울·수도권 이외의 관객에게 국립극단 공연을 소개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대면 공연 관람 약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지역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로 읽힌다.
국립극단 제공
국내 공연 영상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불충분한 영상 촬영 기반, 막대한 영상 제작 비용, 초상권·저작권 같은 법적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스카팽'을 연출한 임도완은 "아직 과도기인 것 같다. 연극 영상 촬영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작품 특성에 따라 촬영 기법도 달리 해야 한다"며 "영상 제작 비용이 연극 보다 2~3배 많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을 연출한 고선웅은 "영상 작업을 하면서 '영상은 공연의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혼란스러웠다. 연극의 본질을 덜 훼손하고 영화를 흉내내지 않는 연극만의 독창적인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취임 7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보 예술감독은 연내 온라인 극장 개관을 약속하면서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 수준의 영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김광보 예술감독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공연 영상화 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 관객 저변 확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방향성은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