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연합뉴스
올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만큼 운이 없었던 팀이 또 있을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시즌 동안 타율 0.287, 107홈런, 357타점을 올린 올스타 외야수 마르셀 오수나는 지난 5월30일(이하 한국시간) 가정 폭력 혐의로 체포됐고 이후 한 경기에도 나오지 못했다.
당시 애틀랜타는 시즌 전적 24승26패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에 머물러 있었다.
7월11일 애틀랜타에게 더 뼈아픈 악재가 찾아왔다. 신인왕 출신이자 2019년 타율 0.280, 41홈런, 127득점, 101타점, 37도루를 기록한 슈퍼스타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애틀랜타는 여전히 5할 승률 아래(43승44패)를 기록 중이었다. 동부지구 선두 뉴욕 메츠에게 5경기 차 뒤진 2위였다.
주축 선발투수 마이크 소로카는 부상 때문에 올해 들어 한 경기도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애틀랜타에게 가을야구는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애틀랜타 구단 프런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애틀랜타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마지막 날까지 5할 승률 미만을 기록 중이었지만 알렉스 앤소폴러스 단장의 지휘 아래 과감한 선수 영입을 시도했고 반전을 노렸다.
시카고 컵스의 작 피더슨, 마이애미 말린스의 애덤 듀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에디 로사리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호르헤 솔레르를 각각 데려왔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기점으로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팀은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반면, 가을야구가 어려운 팀은 주축 선수를 팔아 미래 자원을 얻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실제로 애틀랜타가 트레이드 파트너로 삼은 구단들은 올해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애틀랜타 앤소폴러스 단장. 연합뉴스애틀랜타는 일반적인 흐름을 역행했다. 5할 승률 아래에 있는 팀이었고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음에도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길로 들어섰다. 기존 선수들에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건넸다.
주축 전력에 누수가 있었지만 베테랑 타자 프레드 프리먼은 건재했고 애틀랜타가 공들인 유망주 오지 알비스와 오스틴 라일리는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에 선발과 불펜 모두 탄탄했다.
데려온 선수들이 비교적 약체 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이들이 아쿠냐 주니어와 오수나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뚜껑을 열어보니 공백을 메우는 수준을 넘어 아예 팀 전력을 바꿔 놓았다.
애틀랜타는 8월부터 승승장구했다. 8월 첫 날부터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 36승19패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남기면서 당당히 동부지구 1위로 올라섰다. 포스트시즌 티켓도 차지했다.
앤소폴러스 단장의 판단이 100% 적중한 것이다.
트레이드 효과는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졌다.
애틀랜타는 언더독으로 여겨졌지만 그들은 강했다. 내셔널리그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 강력한 우승후보 LA 다저스를 완파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애틀랜타는 3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7대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 애틀랜타의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애틀랜타가 '언더독'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이적생 솔레어는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고 이적생 로사리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의 MVP로 뽑혔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포스트시즌의 진정한 MVP는 바로 앤소폴러스 애틀랜타 단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장과 프런트의 호흡이 완벽했던 애틀랜타는 1995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