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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일상의 위기협상…흘려야 할 건 눈물"



문화 일반

    [EN:터뷰]"일상의 위기협상…흘려야 할 건 눈물"

    우리나라 1호 위기협상 전문가 이종화
    FBI·뉴욕경찰서 쌓은 노하우 국내 이식
    책 '위기에서…' 위기협상 일상화 첨병
    "전략 실현 이끄는 건 결국 대화 기술"
    "기다림, 위기협상 가장 중요한 포인트"

    국내 1호 위기협상 전문가 이종화 ㈜CNS 대표. 글의온도 제공국내 1호 위기협상 전문가 이종화 ㈜CNS 대표. 글의온도 제공'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

    공중 화장실에서 흔히 쓰여 널리 알려진 이 문구를 두고 위기협상 컨설팅 회사 ㈜CNS 이종화 대표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누구든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감정을 이야기하는 일은 나쁜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통 부모들이 우는 아이에게 '울면 경찰 아저씨 온다. 뚝!' 하잖아요. 아이들이 '울면 나쁜 건가'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경찰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요. (웃음) 자기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는 건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래야만 주위 사람들도 '이 사람이 힘들구나, 괴롭구나'라고 알 수 있잖아요. 우리는 너무 감정을 억제하도록 배우고 있어요.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나라 높은 자살률과도 연관된다고 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나라 1호 위기협상 전문가로 유명한 이 대표는, 미국 FBI와 뉴욕경찰에서 관련 교육을 받고 경찰대학 교수 등을 지내면서 수많은 현장을 봐 왔다. 이러한 경험치는 그에게 '일상의 위기협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 주는 여정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위기'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흔히 '위기협상' 하면 인질극이나 테러 같은 걸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도 쉽게 간과하고 있는 위기에는 자살이나 가정폭력도 포함됩니다."

    결국 위기협상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 모두가 위기협상가라는 것이 이 대표 지론이다. 최근 그가 위기협상 전문가의 일과 역할을 담은 책 '위기에서 사람을 살립니다'(글의온도)를 펴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위기협상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어요. 민감한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상대를 적으로만 여기면 서로 감정이 꼬일 수밖에 없잖아요. 이때 아무리 훌륭한 협상 전략을 갖고 있더라도 틀어지기 쉽죠. 궁극적으로 이 책을 통해 상대 감정을 수용하고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대화, 마지막 끈 부여잡은 위기자 감정에 초점 맞춰야


    위기에서 사람을 살립니다ㅣ이종화ㅣ글의온도위기에서 사람을 살립니다ㅣ이종화ㅣ글의온도현재 한국위기협상학회장을 맡아 관련 학문 저변 확대에 나선 이 대표가 특히 심각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위기는 자살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195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불명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통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인구의 5%로 봐요. 우리나라의 경우 250만명이 자살을 생각한다고 볼 수 있죠. 그렇게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빠질 수 있어요. 누구나 위기자(위기에 빠진 사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무엇보다 최일선에서 위기자들을 마주하는 경찰, 소방관 등을 향해 위기협상에 관한 전문성을 꾸준히 쌓아 달라고 당부했다.

    "누구나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지만, 그 시간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위기자를 오히려 자극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최일선에서 위기자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할 것이 아니라, 그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 줘야 합니다."

    이 대표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정당성의 근거로 위기자들의 이러한 감정 폭발을 유도하고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방법"이라며 "마지막 끈을 부여잡고 있는 위기자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위기협상의 관건은 '문제 해결'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신뢰의 과정'에 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를 두고 그는 "어려워 보여도 막상 해보면 쉽게 바꿀 수 있는 습관 같은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우리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많은 협상 교육을 받지만, 대화 기술을 배우지는 않습니다. 협상 전략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이 이뤄지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대화인데도 말이죠. 언제 어디서든 상대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위기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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