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박종민 기자중국발(發) 요소수 대란 사태가 일어나면서 경찰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요소수를 사용하는 경찰 차량의 운행이 중단될 위기를 방지하고자 최근 경찰청은 대응 지침을 내려보냈다. 일선에서는 '치안 공백'을 우려하며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번 사태에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으로도 대응하고 있다. 요소수 매점매석, 불법 유통, 사기 거래 등과 같은 비위 행위에 철퇴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핫라인'도 구축한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에 따른 대응 지침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하달했다. 각 경찰서별로 경유차량보다 휘발유차량이나 친환경차량을 최우선으로 배차하고, 식사·사적 이용 등 업무 외 차량 운영을 금지했다.
경찰 기동대는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버스를 우선 사용하고, 대기를 할 때는 무시동 냉·난방장치 활용하는 한편, 불필요한 공회전을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경유를 사용하는 112·교통·형사순찰 등 긴급출동차량은 본래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경찰 차량 위탁관리업체와 협의해 요소수를 최대한 절약하고 운행 중단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요소수를 쓰는 경찰 차량은 5000여대로 전체의 34% 정도다. 통상 기동대 출동이나 집회 관리에서 차벽을 세울 때 쓰는 경찰 버스와 범인들을 옮기는 호송 승합차 등이 해당된다.
문제는 현재까지 확보해 둔 요소수가 단기간 내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소수 확보 물량은 약 3개월치로 파악된다.
일선에서는 당장 어려움은 체감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일선서 한 관계자는 "경찰서에 경유 차량이 일부 있는데, 휘발유 차량을 더 많이 이용한다"며 "아직 큰 문제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요소수를 사용해야 하는 차량이 현재 차량의 3분의1 정도 된다"며 "우려가 큰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급이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소수 수급이 조금 수월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정부 차원의 방안과 경찰청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일단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서 자체로 소량으로 구매도 했다"라고 말했다.
긴급 출동에 대비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꼭 필요한 때 아니면 차량을 쓰지 말라고 지침도 내려왔고, 지금 당장 불편함은 없지만 요소수가 부족해지면 긴급출동 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요소수 부족에 대한 어려움이 더 크게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서산간 지역은 디젤 차량인 SUV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차량 위탁관리업체와 함께 요소수 수급, 사용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수급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진환 기자경찰,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 집중 단속…사이버 사기도
이번 사태를 두고 경찰의 또 다른 대응은 요소수 비위 행위와 관련한 대대적인 단속이다. 앞서 지난 8일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경찰청은 정부 합동으로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 등의 불법 유통 점검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합동 단속반은 전국 총 24개조로 경찰은 24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매점매석 행위 단속은 요소수 제조·수입업체를 상대로 판매처인 '중간 유통업체'를 파악한 이후, 유통망 및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계 부처 간 '핫라인'도 구축된다.
요소수 제조·수입·판매업자 등은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보다 10%를 초과해 보관할 경우 물가안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사기 등 범죄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중고나라·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요소수를 거래한다는 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오는 상태다.
경찰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요소수 판매 관련 사이버 사기 신고는 총 44건이 접수됐다. 사이트별로는 중고나라 28건, 당근마켓 6건, 번개장터 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책임 수사관서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피해 규모가 큰 다액 사건은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살펴보도록 하는 등 엄정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요소수 대란은 갈수록 확산하면서 물류, 운송, 건설, 정유 등 전(全) 산업 분야에서 이달 말이 '마지노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