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연합뉴스
가을야구가 낯선 초보 사령탑들에게 '한국시리즈 단골손님'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높은 산과 같은 존재였다.
#두산-키움 와일드카드 결정전키움 히어로즈의 1차전 선발 안우진은 6회까지 최고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두산 타선을 완벽에 가깝게 틀어막았다.
안우진이 7회 들어 흔들렸지만 홍원기 키움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두산은 7회에 2점을 뽑았다.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 공이 워낙 좋아서 투수 교체 타이밍 때 미련을 뒀다"고 말했다.
그래도 키움은 1차전을 승리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도 투수 교체는 도마 위에 올랐다.
키움은 0대2로 뒤진 2차전 2회 득점권 위기에서 선발 정찬헌을 한현희로 바꿨다. 1차전과 달리 비교적 빠른 타이밍의 교체였다.
그런데 두산은 정수빈, 호세 페르난데스 등 좌타자들이 나서는 타순이었다. 한현희는 지난 2시즌 동안 왼손타자에게 강했지만 올해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한현희는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고 페르난데스에게는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 장면에서 사실상 시리즈가 끝났다.
#두산-LG 준플레이오프LG 트윈스는 1차전에 에이스 앤드류 수아레스를 내고도 졌다. 2차전에서는 케이시 켈리를 앞세워 반격했다. 유강남을 5번에 배치한 타순의 변화도 성공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3차전은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며 자신만만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가을의 영웅' 김민규가 1회에 1점을 내주자 2회에 필승조 이영하를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이영하는 4이닝 무실점으로 초중반 승부를 잘 끌고갔다.
반면, LG는 임찬규가 2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한 가운데 두 번째 투수로 수아레즈를 전격 등판시켰다. 하지만 수아레즈 역시 1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1대4로 뒤진 5회 수비를 앞둔 류지현 감독의 선택은 김윤식이었다. 벼랑 끝 승부에서 어떻게든 추가 실점을 막아야 했지만 LG는 필승조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김윤식이 시즌 내내 4~5회를 맡은 역할을 했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특히 벼랑 끝 승부는 완전히 다른 무대다.
두산은 그 이닝에 6득점을 퍼부었고 LG의 가을야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두산-삼성 플레이오프스포츠는 결과론이다. 승부처에서 내린 선택은 결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법이다.
그런데 양팀의 희비가 엇갈려도 너무 크게 엇갈렸다. 두산의 선택은 대부분 성공으로 이어졌지만 삼성은 그 반대였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2명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1차전 선발은 최원준. 4⅓이닝 2실점으로 나름 제 몫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은 3대2로 근소하게 앞선 경기 중반에 투수 교체를 주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필승조 중에서도 구위가 가장 좋은 홍건희를 바로 붙였다. 홍건희는 두 차례 만루 위기를 막아내는 등 3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도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이어진 몽고메리의 불펜 등판, 1점 차 뒤진 9회 2사에서 마무리 오승환 등판 등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오승환의 투입은 나름 명분이 있었다. 유관중 앞에서 치르는 역사적인 '라팍'의 첫 가을야구를 염두에 뒀다. 허삼영 감독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9회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오승환이 홈 구장에서 좋은 공을 던져주고 분위기를 이끌어주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올라오자마자 박세혁에게 홈런을 맞았고 추가 실점도 했다.
1차전에서 패한 삼성은 2차전에 '백정현+원태인' 카드를 들고 나왔다. 1위 결정전에서 강심장을 증명한 원태인 대신 백정현을 선발로 낙점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어쨌든 두 선수 모두 14승 투수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줬다. 백정현은 1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동점 혹은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어야 할 원태인은 0대5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1⅓이닝 2실점. 6년 만의 포스트시즌은 그렇게 허무하게 2경기 만에 끝났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믿음의 야구'로 큰 성공을 거뒀다. 믿는 선수만 확실하게 믿는 야구였다. 마운드가 전반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에 고육지책에 가까웠지만 절묘한 운영으로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