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세혁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삼성 오승환. 연합뉴스누구도 예상 못한 오승환의 등판은 삼성 라이온즈에게 쓰라린 기억만을 남겼다.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 3대4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투입했다.
연장전 없이 진행된 올해 정규리그 막판에는 접전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의 9회 등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삼성은 오승환에게 오랜만의 실전 경험을 쌓게 하면서 동시에 9회를 확실하게 끝내겠다는 구상을 했을 것이다.
앞선 투수 우규민은 잘 던지고 있었다.
8회초 2사에서 등판해 두산의 도루 실패로 이닝을 끝냈고 9회초 들어 공 5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그대로 두산의 정규이닝을 매듭지을 기세였다.
그럼에도 삼성은 교체를 선택했고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오승환이 상대한 첫 타자 박세혁은 낮게 제구된 시속 144km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깜짝 솔로포를 터뜨렸다.
박세혁은 올해 정규리그 270타석과 포스트시즌에서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타자다.
두산은 박세혁의 벼락같은 홈런 한방으로 스코어를 5대3으로 벌렸다. 9회말 대반격을 꿈 꿨던 삼성에게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최악의 결과였다.
삼성은 급격히 흔들렸다. '끝판대장'의 위용은 무너졌다. 다음 타자 김재호와 강승호가 연속 안타를 터뜨렸고 가을의 영웅 정수빈이 좌측 방면 2루타로 점수차를 3점으로 벌렸다.
삼성은 오승환을 교체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KBO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오승환은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승환의 첫 포스트시즌 '라팍' 등판은 그렇게 끝났다.
결과론이지만 구자욱이 9회말 두산 김강률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때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에게 9회초 추가 실점은 너무나 뼈아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뚫고 올라온 두산은 삼성을 6대4로 꺾고 3전2선승제 시리즈의 첫 판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