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슬라브 라둘리차. KBL 제공"자꾸 둘리 수비를 도와줘야 하니까…."
이름값은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세르비아 국가대표 빅맨으로 2016년 리우 올림픽 은메달 주역 중 하나였고, NBA와 유럽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로 고생을 했기에 기대는 더 컸다. 오리온 강을준 감독도 "적응만 한다면 공격에서 큰 기대를 해도 된다. 패스 능력이나 BQ도 좋다. 슈팅 능력도 있어 파생되는 찬스도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인공은 미로슬라브 라둘리차(213cm). 하지만 기대에 맞는 활약은 커녕 오리온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름이다.
오리온은 15일 SK전에서 83대89로 패했다. 이승현과 이대성이 17점씩 올렸고, 루키 이정현도 15점을 기록했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 매치. SK 자밀 워니에게 27점을 내준 반면 라둘리차와 머피 할로웨이는 17점 합작에 그쳤다.
특히 라둘리차의 부진이 심각했다. 태업이라고 느껴질 정도. 2점 5리바운드. 7일 DB전 24점 활약은 말 그대로 반짝 활약이었다. 14경기에 출전해 평균 8.3점 5.5리바운드. 1옵션으로 선택한 외국인 선수의 기록이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초라하다.
강을준 감독도 "외국인 선수들 때문에 국내 선수들이 두 발 뛰는 상황이 자꾸 발생한다. 둘리(라둘리차의 애칭) 수비를 자꾸 도와주려니까 국내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아쉬워했다.
강을준 감독도 결국 폭발했다. 강을준 감독은 "끝나고 라커룸에서 처음으로 한 마디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선수들은 체력이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런데 네 자리에서 계속 빵꾸(구멍)가 나지 않냐.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국내 선수들은 얼마나 열심히 뛰었으면 다들 지쳐서 들어온다. 너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응을 했어도 벌써 했어야 했다. 너에게만 맞춰줄 수는 없다. 너만 안 밀리면 이긴다"
강을준 감독이 라커룸에서 라둘리차에게 던진 말이다. 강을준 감독은 "둘리가 아무 소리도 못 하더라"고 말했다.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을준 감독은 "둘리의 속마음은 나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선수가 맞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 선수들이 높이가 있어서 중국 선수가 둘리를 막았다. 여기에서는 외국인 선수만 상대하니 버거워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할로웨이가 버텨주고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할로웨이는 12경기 평균 13.8점 9,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강을준 감독은 "할로웨이도 완벽할 수는 없다. 대신 하려고 하는 의욕은 좋았다. 조금 더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브레이크 동안 더 맞춰야 할 것 같다"면서 "둘리가 제 역할을 해줘서 우리도 제대로 갖춰서 경기를 해야 한다. 지금은 국내 선수들이 잘해줘서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