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 17일 극비로 만찬 회동을 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복수의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와 이해찬 전 대표 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당초 지난 17일 오후 5시쯤 이 전 대표를 비롯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당 상임고문들과 차담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이 사실은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그 뒤 선대위 측은 "이 후보는 오늘 이해찬 상임고문을 만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정상의 이유로 차담회를 취소하는 대신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와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을 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결국 선대위가 '거짓 해명'을 내놓으면서까지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와의 만남 사실을 숨기려 한 셈이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두 사람 만남 다음 날인 18일에도 "이 후보와 이해찬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고문들과 회동한다는 모 언론 보도 확인 요청 받았을 당시 사실이 아니었다. 일정이 픽스가 안됐고 상임고문단 일정을 체크 중이어서 해당 기사는 오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전날 만찬 자리에서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에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대위 체제 개선 문제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선대위가 '거짓말'까지 해가며 만남을 숨기려 하는 데는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두 사람의 만남에 과도한 주목이 쏠리는 데 대해 전략적으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등판론과 맞물려 그 맞상대로 이 전 대표가 언급되는 시기, 이 후보와의 만남은 '김종인 vs 이해찬 구원투수 경쟁' 프레임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민주당은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또 다시 맞상대로 비교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두 사람은 '정치적 라이벌' 관계로 주목받았다. 전략적으로 김 전 위원장의 경우, 국민의힘의 '중도층 확장'의 일환이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미 당의 원로로써 역할을 이미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중도층 공략에는 좋은 카드가 아니라는 평가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은 뒤 박 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예의가 아니다"라며 호통을 쳐 2030 세대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강성 이미지'인 이 전 대표의 경우 중도층 보다는 지지층을 잡는 '경선용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황교익 맞칼럼니스트의 '경기관광공사 후보 내정' 논란으로 이재명-이낙연 측의 감정싸움이 극에 달할 시기,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런 이 전 대표가 김 전 위원장과 비교될 경우 '중도층 잡기 싸움'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역시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해찬 등판론'에 대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별로 중도확장은 주특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예로 유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패배한 2012년 대선을 들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 전 대표가 박지원 원내대표와 중간에 사퇴했다"며 "둘이 대선에 나서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그래서 중도 사퇴했던 사람을 뭘 또다시 전면에 내세우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이미 지금 선대위 상임고문 아니냐"며 "이 후보와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럼 자기가 조언할 게 있으면 조언해주고 고쳐야 할 게 있으면 고치면 되지 뭘 정면에 나설 일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사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상임고문인 만큼 수시로 이 후보와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만남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직접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한쪽에 김종인 다른 한쪽에 이해찬이면 그림이 뭐가 되겠느냐"며 "쇄신 경쟁 와중에 '올드보이의 귀환' 그림만 만들어질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