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는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영입을 두고 충돌하면서 선대위 구성이 미뤄지고 있다. 윤 후보 측은 민주당 출신 거물급 인사 영입 등 중도층 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지만, 김 전 위원장 측은 반문(반문재인)전선 형태로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김한길‧김병준 영입 구상 윤석열…호남‧중도 확장 나서
국민의힘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신임 사무총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윤 후보의 핵심 측근인 권 의원이 수백 억원에 이르는 대선자금을 관리해야 할 사무총장 직을 맡으면서 윤 후보의 당초 의지가 관철된 셈이다. 이르면 오는 20일 출범이 예상됐던 선대위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이견이 표출되며 미뤄지고 있다.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이미 김 전 위원장을 필두로 한 '원톱' 체제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김 전 대표 등 중량급 인사들의 선대위 합류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 후보는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김 전 대표 영입에 적극 뛰어든 상태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윤 후보는
김 전 대표와 만나 후보 직속 조직인 가칭 국민통합위원회를 이끌어 달라고 제안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윤 후보와 만나 국민통합위원장 직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김 전 대표는 수락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지난 3월 검찰총장 직에서 사퇴하기 전부터 윤 후보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조언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창원·박종민 기자윤 후보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도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전 위원장은
한국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약 7개월 동안 당을 이끌며 기사회생시킨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김병준 전 위원장이 줄곧 김종인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는 점에서 윤 후보 측이 '김종인 견제 카드'로 김병준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후보 측에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본선 대결을 앞두고
진보진영 출신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해 중도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관계자가 아니어도 많은 분들이 선거를 도와주고 여기에 참여하지 않겠나.
선거란 것은 소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장성에 무게를 실었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지금 김한길 합류설을 보고 나서 민주당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며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김 전 대표가 윤 후보에게 넘어오면서 호남과 중도 확장 등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이준석 "反文 전선 파급 없어"…윤석열, 견제카드‧플랜B 활용 가능성
문제는 선대위를 총괄하기로 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김한길‧김병준' 등 영입에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
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인물만 몇 명 가져다가 통합위원장에 앉혀 놓으면 통합이 되는 것이냐"고 김 전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이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이란 건 미래지향적 가치의 승부이기에 세력을 불리더라도 컨셉이 명확해야 한다"며 "같은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반문(반문재인)을 모으기보단 그 분들이 가진 장점과 확장성의 요소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몸담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현 정권과 결별한 김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 등 영입이
단순히 반문 전선 형성에 그치며 파급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 직속 기구로 편재될 가능성이 높은
국민통합위원회의 경우, 선대위를 총괄하는 김 전 위원장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전권'을 강조해온 김 전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중진의원들과 비공개 오찬 회동. 연합뉴스윤 후보 측 또한 표면적으론 '중도 확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김한길‧김병준' 영입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의 전횡을 막는 동시에
중도 지지세 확보를 위한 플랜비(B) 카드로 활용하는 등 다중 포석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주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윤 후보 캠프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중도 개혁 이미지인 김 전 위원장의 희소 가치가 높지만, 중도 성향 인사들이 대거 합류할 경우 김 전 위원장의 주도권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워낙 정무감각이 좋아서 양당 모두 선거 때마다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실상은 '양날의 검' 같은 존재"라며 "모든 권한을 휘두르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하는 등 돌발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윤 후보 측도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