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서버 압수수색 위해 도착한 공수처 수사관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는 오전 10시께부터 대검 정보통신과에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2021.11.26 hkmpooh@yna.co.kr (끝) 연합뉴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 위법성이 또 도마에 올랐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 대검찰청 서버 압수수색에서다. 영장 발부가 적법한지부터 제대로 된 절차 고지를 거치지 않았다는 항의까지 받으며 잡음을 냈다.
법원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혀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을 취소해달라며 낸 준항고 신청을 받아들였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위법성이 중대한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압수수색 대상자 7명 가운데 1명만 마무리
공수처는 26일 오전 10시쯤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대검 서버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5월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 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이성윤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수사팀)의 내부망 메신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사팀과 공수처가 영장 집행 절차를 협의하느라 영장 집행은 다소 늦어졌다. 약 5시간 넘게 협의를 거친 뒤 오후 3시반쯤부터 약 2시간 동안 내부 메신저와 이메일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검사들은 수사팀 내부의 메신저이기 때문에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수처는 계정 주인 한 명만 참여하라고 맞서면서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대상자로 적시된 대상자는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신성식 전 반부패·강력부장, 송강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지휘한 인사를 포함해 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압수수색은 시간 관계상 임세진 부장검사 1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임 부장검사는 참관을 마친 뒤 "압수할 물건이 아무것도 없다는 증명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가 여전히 '성명불상'으로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이다. 여전히 압수수색 대상 기준은 논란이다. 이 고검장이 기소되기 전인 지난 3월 수사팀에서 나와 원대복귀한 임세진 부장검사 등이 압수수색 대상자로 포함됐는데 공수처가 법원을 기망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임 부장검사는 "다음주 공수처에 가서 열람등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수사보고서에 임 부장검사 등의 전출을 적어 법원에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적어도 전출된 검사들이 기소 당시엔 나갔지만 논의할 수는 있으니 수사팀 명단에 넣었다는 취지를 영장 청구서에 적었어야 했다"면서 "판사가 기소하기 몇 달 전에 전출된 사람에게 영장을 발부할 지 말지 따져봐야 할 기회조차 배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공수처는 임 부장검사 외 다른 수사팀 검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절차 고지를 거치지 않아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현장의 공수처 검사는 '(집행을) 안 한 것으로 하자'고 말한 뒤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 "대상물을 추출해 확보하는 과정에서 안내문을 전달했는데,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압수수색 대상자가 안내문이 늦게 전달됐다고 문제를 제기해 압수수색 절차를 중단하고 대상물의 무결성 확보 차원에서 재집행을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단순히 안내문 전달 시점이 다소 늦었다고 이를 위법하다거나 절차적 권리를 빠뜨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이날 압수수색 야간 집행 영장을 따로 받아두지 않은 상황이어서 압수수색 대상자 7명 가운데 1명까지만 집행을 완료하고 오후 5시 30분쯤 절차를 중단했다. 오후에는 수원지검 정보통신과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대검 압수수색 집행 절반도 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에 따라 나머지 대상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은 다음주 쯤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김웅 준항고 신청 인용 "위법성 중대"…공수처, 재항고 여부 검토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압수수색집행 준항고 신청에 대해 "전체적으로 봐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공수처가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한 수색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준항고는 법관 등 사법기관이 행한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위다.
김 의원 측은 9월 10일 공수처의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공수처가 김 의원과 변호사 입회 없이 일부 범죄사실만 언급한 채 영장을 집행하고 압수물 대상에 적시되지 않은 서류를 조사했다"면서 "사무실 컴퓨터 내 자료 추출 과정에서 혐의와 관계 없는 단어를 검색했다"고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한 바 있다.
공수처는 법원의 김 의원 준항고 신청 인용 결정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결정문을 받아본 뒤 대법원에 재항고할 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절차적 위법 논란을 일으킨 공수처로서는 코너에 몰리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절차 단계에서 법원을 조금이라도 기망하면 수사가 다 날아버린다"면서 "검사가 하고 싶은 건 증거 수집인데,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영장을 받아냈다는게 알려지거나 하면 증거 능력이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는 이 부분에 있어서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는데 향후 수사에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