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서울시내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합류에 선을 긋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무언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선대위 일정을 하나씩 밟아가며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버스는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김종인 전 위원장은 "할 말이 없다"라고 합류에 선을 그었다. 윤 후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란 확신을 주지 않는 한 김 전 위원장이 다음달 초로 예정된 선대위 발족식전까지 합류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김병준… 예정에 없던 회동·기자회견
윤 후보는 26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당사에서 만났다. 애초 예정에 없던 만남이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번 선대위 인선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윤 후보를 포함해 윤석열 캠프는 김병준 위원장에게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과는 껄끄러운 관계다.
여기에다 김 전 위원장이 이번 인선에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포함된 것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낸 적도 있어, 김병준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이준석 당대표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후보가 김종인과 김병준 양방 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보란 듯이 윤 후보와 만났고 이후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설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가지든 선대위가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특히 그는 "총괄선대위원장 문제로 (선대위 출범이) 지체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더 이상 모시고 안 모시고 관계없이 선대위가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국민들도 이해하실 것"이라며
"이 자리에 오기 전에도 일부 본부장들에게 제가 이런 것은 하면 어떨지 주문도 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와 상관없이 공식 업무는 시작됐다는 압박성 메시지인 셈이다. 예정에 없던 회동과 기자회견에 대해
윤 후보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어차피 (김병준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이 됐으니,
진작 한 번 만났어야 했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석 당대표는 "그런 기자회견 자체가 무슨 목적이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라며
"저는 어쨌든 김 전 위원장과 후보 간의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왜 그런 기자회견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尹, 인선도 강행…당내선 "金, 일 할 수 있는 환경 원할 것"
윤석열 후보는 전날에는 선대위 본부장급 인선을 강행하기도 했다. 정책총괄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임명했고, 이어 조직총괄본부장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장 김성태 전 의원, 총괄특보단장 권영세 의원,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은 권성동 의원 등을 임명했다.
앞서 당 요직에 자신의 캠프 인사를 배치한 것에 이어 선대위의 허리라 불리는 본부장 자리에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전면 배치한 것인데, 그동안 '새로운 인물'을 강조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주문과는 부딪히는 인선이다.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는 비워뒀다.
선대위 출범 예정일인 다음 달 6일까지는 공석으로 둔 채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 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개인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오기 어렵지 않겠는가. 윤 후보 측도 지지율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힘 겨루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합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과 김 전 위원장의 과거 사례를 볼 때 김 전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당 고위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서) 서로 사람이 오가며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미스매치가 계속 일어나는 것 같다"라며
"두 사람이 무조건 만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윤 후보가 어떻게 확신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